경찰 공권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영양군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선현(51) 경감이 40대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탓이다.충격에 휩싸인 경찰조직은 공권력 도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절규가 온누리에 울려퍼지고 있다.지역민들은 한결같이 평소 성실하고 좋은 이웃 같았던 김 경감의 사망에 눈시울을 젹셨다. ▣추모 행렬 이어져김 경감의 빈소가 마련된 안동병원에 추모 행렬이 꼬리를 물고있다.9일 오전 김상운 경북경찰청장, 오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내정자인 민갑용 경찰청차장이 조문하는 등 동료 경찰관과 마을 주민 등의 조문이 잇따랐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도청간부, 경북도의원, 동료 경찰관 등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김 부겸 행안부 장관은 방명록에 “김선현 경감님 너무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 국민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늘 기억해 주시고 보호해 주십시오. 우리도 늘 그대를 품고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김 장관은 공권력 저항과 관련 “일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담긴 워낙 엄격한 규정은 인권보호라는 큰 가치 때문이지만 그래도 경찰관이 일반 직무를 집행할 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어 “검토를 거쳐 경찰관들이 자기 일에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권력 성토 목소리 높아공권력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빈소를 찾은 김상운 경북경찰청은 “공권력에 저항하는 부분은 최소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 청장은 “경찰관이 필요한 무기를 소지하고 현장에 출동해도 (무기를) 사용했을 때 받을 불이익 때문에 제 때 사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김 청장은 “언론에서도 지적했고 아직 우리가 그 부분에 뭐라고 답변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사회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지금 일선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공권력 약화) 이런 부분에 굉장히 감정이 많이 상해있다”고 했다.그는 “고인은 평소 주민들과 친화력도 좋고 동료에도 굉장해 귀감이 되는 직원이었다”며 “고인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 경찰관서 조기 게양하자빈소에 모인 동료경찰관들은 “정말 아까운 사람을 잃었다”며 침통해했다. 동료들은 김 경감을 “시간개념이 철두철미하고, 주민 안전을 몸소 실천한 경찰관”이라고 입을 모았다. 천상필 영양경찰서 경무과장은 “책임감이 뛰어난 직원으로, 지금까지 각종 표창을 받은 것만 14건”이라고 했다.실제 지난 1월 전입 후 김 경감 순찰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199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김 경감은 “시골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지난 1월 안동경찰서에서 영양경찰서로 자원해 옮겨왔다. 화원을 운영하는 아내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전문대를 졸업한 딸은 아버지를 닮아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성금 모금 제안도 나왔다. 충남의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게시판에 “일정액 이상 자율적으로 성금을 모아 유족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경찰관은 “전국 경찰관서에 조기를 게양하자”고 제안했다. 경찰청 지휘부와 경북경찰청 직원들은 이날 검은색 근조리본을 달고 김 경감을 애도했다. 고 김선현 경감은 지난 8일 오후 12시49분께 영양군 영양읍의 한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던 주민을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순직했다.김성용·권윤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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