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박우근)가 지역의 주요 교육현안은 철저하게 외면한 채 오는 22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일본으로 해외연수에 나설 예정이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1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교육위원 5명은 일본 도쿄(東京)을 방문해 국립국회도서관과 무사시노플레이스(시립도서관), 도쿄도(都) 학교급식회 등을 둘러보며 운영사례 등을 비교분석하고 자료수집 활동을 할 예정이다.해외연수는 대구시의원들이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선진문물과 제도를 체험함으로써 이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이다.문제는 교육위원회가 최근 대구지역에서 불거지고 있는 각종 교육현안에 대해 제대로 된 의회 차원의 대응이나 고민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할 일은 외면하고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일부 의원들은 교육 현안 자체를 알지 못하고 지역 행사에만 꼬박꼬박 참석해 이럴 바에는 왜 대구시의원을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대구지역에서는 최근 특정 종교계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고등학교에서 현직 교직원 자녀가 교직원으로 채용된 다수의 사례가 알려져 ‘교직세습’이라는 비난과 함께 채용과정에서의 불법 가능성이 제기됐다.이 학교는 교장의 아들을 포함해 4명의 교사 자녀, 행정실 직원 자녀 등이 줄줄이 교사 또는 직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의 공업계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의 학기 중 신혼여행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물론 여교사들의 육아휴직이나 불임치료를 위한 외출, 조퇴를 거부해 퇴직하도록 했으며 여교사들에게 학기 중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또한 이사장의 아들과 조카, 교장·교감의 딸, 재단이사들의 아들, 퇴직교사 및 행정직원의 자녀는 물론 동창회장의 자녀까지 10여명 넘게 교직에 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사안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실시했으며 공업계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법인에 교장 등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상태이며 종교계 사학법인 고등학교의 경우는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하지만 대구시의회 교육위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각종 언론이 보도하고 시민단체들이 성명발표와 1인 시위, 청와대 청원에 나섰는데도 대응책 마련과 재발방지를 위한 공식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특히 지난달 4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제261회 정례회와 이달 5일 개회된 제262회 임시회에서도 상임위원회를 통한 사실 확인 및 제도개선 마련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를 했다는 지적이다.또 기숙형 공립고등학교에서는 336만원의 고액 수학여행으로 인해 학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 것은 물론 일부 학생들은 가장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못하는 등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을 받았다.이 문제 역시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외면했다. 의회 회기 중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교육위 소속 의원 누구도 이 문제를 상임위원회에서 다루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목적의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육위원이 그 존재 이유인 대구 교육현안 문제는 철저히 도외시하면서 사실상 유명 관광지를 순회하는 해외연수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시민 김수원(58)씨는 “이런 시의원들에게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세비(의정비)를 지급하는 것도 문제인데 그것도 모자라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무엇 때문에 시의원을 하는 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개원 이후 무엇인가 제대로 일을 했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주요 현안을 시급하게 다뤄야 할 시점에서 이런 의무를 도외시한 채 해외연수에 나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박우근 시의회 교육위원장은 “11월 예정인 행정사무감사에서 주요 현안을 다룰 계획이었다”며 “의원들과 의논해 10월 임시회에서 교육청 보고를 듣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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