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를 강조한 것은 기존 정부의 정책기조와 경제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으로 풀이된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만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 전체를 관통한다.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 재정확장은 불가피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470조5000억원을 편성한 배경이 됐다는 인식이 연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포용국가를 강조했다.이어 “이미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들이 포용을 말한다”며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과 중·하위 소득자들의 소득증가, 복지, 공정경제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도 같은 취지”라며 “포용적 사회, 포용적 성장, 포용적 번영, 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철학이 될 때 우리는 함께 잘 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약 36분 간 이뤄진 비교적 긴 연설 동안 문 대통령은 ‘포용’이라는 단어를 총 18번 언급할 정도로 공들여 포용국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경제(27회)·성장(25회) 다음으로 많이 언급했다.문 대통령이 이토록 포용국가를 강조한 것은 근본적으로 과거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이룬 경제성장의 수혜를 국민 대다수가 함께 누리지 못했다는 문제 인식의 뿌리에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수출 6000억 달러 돌파한 성과를 언급하면서 “우리 경제가 이룩한 외형적인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이 현실”이라며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라고 진단했다.지난 수십 년간 경제 양극화가 누적·심화되는 동안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차별과 배제 없는 포용정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다. 불평등이 그대로 불공정으로 이어졌다”며 “불평등·불공정이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이어 “역대 정부도 그 사실을 인식하면서 복지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지만 커져가는 양극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기존의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포용적 성장은 지난해부터 줄곧 강조한 최상위 정책적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포용적 성장을 우리 정부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모두 포용적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포용적 성장을 거듭 강조한 것은 야당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후퇴 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 사람중심으로 경제기조를 세웠다”며 “함께 잘 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새롭게 경제기조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령층 등 힘겨운 분들도 생겼다”며 “그러나 함께 잘 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돼야 한다. 거시 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정책기조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적인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기존의 경제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들은 노력을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은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보고 어느 정도 고통 분담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아냈다.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고용없는 성장,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의 변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며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겠다. 분담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우리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함께 공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70조5000억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인식의 토대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포용적 성장과 포용 국가를 실현을 위해서는 확장적 재정을 통한 적극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문 대통령은 “재정 여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이어 “세수를 안정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늘어나는 세수에 맞춰 지출규모를 늘렸다. 재정이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예산으로 편성했다”며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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