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의원들이 1년 전 발생한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겠다’며 독일과 스위스 지열발전소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해외 연수를 떠났지만 정작 사전 일정표와 달리 관광만 즐기고 돌아온 것으로 확인돼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소속 의원 8명과 경제산업위원회 소속 의원 7명 등 15명은 “현재 운용되는 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와 폐쇄된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를 방문해 지진발생 유발여부 등을 직접 챙겨보겠다”며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 5일까지 6박8일간 독일과 스위스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이번 연수에는 시청 공무원 6명도 동행했다.포항에서는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정부조사단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시의회도 지열발전과 지진에 대한 상관관계 규명을 위해 해외연수시 지열발전소 방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에 이들 지역을 해외연수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지난달 30일 동행한 기자들과 일부 시의원에 따르면 이번에 해외연수를 떠난 시의원 15명은 당초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열발전소 방문 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10월 30일 지열발전소가 있는 독일 란다우 지역을 찾았으나 지열발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사무실을 찾아 40분 가량 설명을 들은 후 정작 지열발전소 현장은 5분도 머무르지 않고 대충 둘러보고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단된 상태이다. 이들 시의원들은 지열발전소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한 뒤 곧바로 떠났으며 이튿날 예정됐던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는 ‘섭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일정에서 제외했다.이번 해외연수의 가장 큰 목적지이자 방문지인 바젤 지열발전소는 애초부터 가지도 않고 대신 김상원 지진피해특별대책위원장 등 3명만 바젤시청에 들러 관계자들과 형식적인 면담을 실시했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관광지로 발길을 돌렸다.대신 온천수가 나오는 바젤시 인근 리헨시의 온천공을 찾아 기념촬영을 한 뒤 스위스 에멘에 있는 치즈만들기 체험장을 방문했다. 시의원들은 관광을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취리히 치유의 숲 견학은 스위스 융프라우 관광으로, 독일 뮌헨의 생태 신도시 견학은 독일 유명 자동차회사인 BMW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모두 변경했다. 하지만 이 같이 거짓 일정을 소화한 시의원들은 귀국 뒤 시의회 누리집에 “바젤시청을 방문했다”, “바젤지열발전소 대신 리헨에 있는 지열발전소를 보고 왔다”는 등의 내용으로 총 16장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유명 관광지나 형식적인 기관방문은 지양하고 공식적인 현장방문을 통해 실제로 보고 느끼는 데에 중점을 두고 하나의 일정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발표했다.이 같이 이들은 주요 일정을 조정해 관광을 다녀왔으면서도 정상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방문목적을 모두 달성한 것처럼 거짓 국외공무여행 결과보고서를 시의회 누리집에 버젓이 게재해 유권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시의회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에 따르면 그 동안 대부분의 해외연수가 속칭 일정표와 실제 방문지가 다른 형태로 진행되면서 선진지 견학보다 관광성 외유로 진행됐다며 시의회 해외연수전반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국외공무여행 결과보고서 작성은 시의원이 아닌 동행했던 담당 공무원들의 몫으로 전가됐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이번에 연수를 다녀온 15명의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4명과 3선의원 1명 등 5명도 포함돼 있어 자유한국당의 독주를 견제 감시해야 할 여당 의원들마저 거짓 해외연수를 눈감아줘 여·야가 모두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면치 어렵게 됐다. 이번 시의원 15명의 해외연수에는 4800만원이라는 비용이 소요됐다. 대이동 A(55)씨는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한 데도 혈세로 해외 지열발전소를 살펴보겠다던 시의원들이 연수는 커녕 관광을 즐겼다니 기가 찬다”며 “시민을 기만하고 거짓보고서까지 올린 시의원들은 시민소환으로 의원직을 박탈하고 소요 비용은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분개했다.이에 대해 이번 해외연수단장인 백강훈 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은 “당초 계획했던 일정 중 일부가 현지 사정으로 제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일부 일정이 변경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지 시민단체 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방문목적을 달성하기 노력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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