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는 인체에 침투한 나쁜 바이러스와 균, 기생충 같은 병원체를 없애기 때문에 몸속 의사로 불린다. 이런 면역세포가 없다면 인류는 생존마저 위태로워진다. 면역체계가 이상해져서 바이러스와 균 같은 적이 아닌 나의 신체를 공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외부 병원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면역세포가 너무 세지면 악몽이 시작한다.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일명 나쁜 면역세포를 연구하는 몇 안 되는 과학자다. 역발상을 통해 면역세포의 나쁜 면까지 들여다보는 연구를 제안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A형간염 걸려 간 이식…너무 센 면역세포 탓나쁜 면역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유행할 때 30대 중반인 14번 환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14번 환자는 면역기능이 너무 강해 생기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경험해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후유증을 경험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어떤 이유로 너무 강해져 대규모 염증반응이 불필요하게 생기는 현상이다. 면역력이 왜 필요이상으로 강해지는 지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가령 A형간염에 걸리면 몸에 열이 나고 황달 증상까지 겪지만 대부분 1~2개월 잘 치료하면 만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건강을 되찾는다. 그런데 A형간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너무 세지면 정상 간세포까지 공격하는 참극이 벌어진다. A형간염 때문에 간 이식을 받기도하는 이유다.현재 신 교수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통해 면역세포가 인체에 미치는 장점과 단점을 다 들여다본 뒤 그 작용 원리를 찾고 있다. 좋은 면역과 나쁜 면역은 작동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찾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면 나쁜 면역력을 억제하는 길이 열린다. 신 교수는 향후 메르스 바이러스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신 교수는 "메르스 14번 환자는 일명 나쁜 면역력이 작동한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며 "몸을 지키는 것으로만 알려진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면역기능 규명해 항체 개발…사람 대상 2단계 연구 진입면역세포는 감염성 질병을 퇴치하는 자연적인 몸속 방어체계로 볼 수 있다. 사람은 평생 바이러스나 균, 기생충, 박테리아 같은 병원체에 노출되지만 삼중 방어선을 갖춘 면역체계가 작동해 건강을 지킨다.면역체계 내 삼중방어선은 몸을 둘러싼 피부조직과 내장을 둘러싼 상피조직이 일차방어선 역할을 한다. 일종의 장벽을 만들어 독성물질 또는 병원체가 몸속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중방어선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없애고 감염 증상을 예방하는 초기 반응인 선천면역이다. 더 강력한 면역체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외부 병원체와 싸운다.삼중방어선은 병원체를 개별적으로 찾아내 없애는 적응면역이다. 후천면역으로도 불린다. 한때 죽음의 질병으로 불렸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은 돌연변이가 잦고 T세포(면역세포)를 파괴하는 독종으로 면역의 중요성을 알리는 대표적 질환이다.    신의철 교수는 면역세포 특성을 규명하면 바이러스 치료뿐 아니라 인체에 감염된 세포(항원)를 막는 항체 개발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신 교수는 "현재 실험용 생쥐와 사람, 치료제 개발에 이르는 세 단계 연구 중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며 "면역의 좋은 기능에만 집중하는 연구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이어 "현재로선 나쁜 면역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면서 "다만 면역력은 우리 몸을 지키는 순기능이 크므로 나쁘다고 보는 것은 오류다. 그동안 몰랐던 나쁜 사례도 들여다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이번 연구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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