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녀를 키우는 비정규직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자녀 출산과 함께 결혼 당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택했지만 상당수 여성들이 자녀 돌봄이 집중되는 `독박육아`를 호소하고 있었다.5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비정규직 여성의 일·가족 양립 실태와 지원 방안` 젠더그래픽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키우는 서울 비정규직 여성 1000명 가운데 80.7%는 결혼 당시 일하고 있었다고 답했다.그러나 취업자 비중은 첫 자녀 출산과 함께 39.8%로 반토막이 났다. 비중은 둘째 자녀 때 37.1%, 셋째 자녀 출산 이후 35.8% 등으로 낮아졌다.직장에 다니는 여성 가운데 정규직 비율은 결혼 당시엔 55.4%로 절반이 넘었지만 첫 자녀 출산 때 38.2%, 둘째 때 20.2%, 셋째 때 20.6% 등으로 급감했다. 반대로 40.3%였던 비정규직 비중은 첫 자녀 출산 시 57.3%로 오른 뒤 둘째 자녀 출산 시엔 71.1%까지 치솟았다.시간제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이유 1순위로는 41.2%가 `가사·육아를 병행하기에 근무시간·거리 등이 적합해서`라는 답을 꼽았다. 이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서`(17.6%),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13.7%), `원하는 분야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13.4%) 등이 뒤를 이었다.서울 비정규직 `직장맘`들은 하루 평균 5.2시간씩 일주일에 평균 4.7일 일하고 있었다. 하루 4-8시간 일한다는 응답자가 45.4%로 가장 많았고 1-4시간 이하 39.9%가 뒤따랐으며 8시간 넘게 일하는 여성은 14.7%였다.이처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짧은 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했지만 주말·휴일 근무나 불규칙한 근로시간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았다.`최근 한 달간 주말에 하루 이상 근무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 37.3%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1명(10.8%)은 광복절과 지방선거일, 현충일 등 어떤 공휴일에도 쉬지 못했다. 근로자의 날 쉰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54.4%로 공휴일 가운데 가장 낮았다. 어린이날에는 74.4%가 쉬었지만 어린이날 대체휴일 일하지 않은 비율은 55.5%로 떨어졌다.비정규직 여성 5명 중 1명은 매일 근무시간 양이 다르거나(21.1%) 매주 근무일수가 제각각(20.6%)이었다. 19.1%는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았다. 응답자의 32.1%는 호출 시 바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돌봄은 오롯이 일하는 여성들의 몫이었다. `자녀를 돌보는 일이 주로 나에게 부과되고 있다`고 말한 비율이 67.8%에 달했으며 `우리 가족은 집안일을 내가 담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느낀다는 비율도 60.5%였다. 반대로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잠깐 봐줄 가족·친지 또는 이웃·친구가 있다는 여성은 37.9%와 26.6%에 불과했다.만약 돌봄시설과 서비스 이용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일을 선택했다.응답자 3명중 1명 이상인 35.1%가 `추가 소득을 위한 부업`(18.9%)이나 `근로시간 연장`(16.2%)을 택했다. 휴식·수면시간을 늘리겠다는 답변은 23.2%, 취미·여가활동은 18.6% 등이었다.27.6%는 지금도 부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정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확대`(16.9%)였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휴가 확대`(13.6%), `방과후교실 등 초등학생 돌봄서비스 확충`(13.5%), `여성 비정규직·자영업자 출산시 급여지원`(12.7%),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및 `임신·출산·양육노동자 불이익·차별 근절`(각 8.7%) 등이 뒤따랐다.연구를 진행한 김원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가족정책실 연구위원은 "일터에서 여성들이 비정규직화하는 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워 퇴직해야 하는 직장환경 때문이므로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종일제 운영이 제대로 안 되거나 초등학생 자녀는 방과후 갈 데가 많지 않다"며 "돌봄서비스 운영 현실화와 더불어 야간이나 휴일 근무 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맞춤형 돌봄시설을 갖추는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