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수유실 등 아동 편의시설을 갖춘 구·군청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대구의 8개 구·군청은 아이를 동반한 민원인들을 위해 수유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구청은 수유시 필요한 물품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무늬만 수유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9일 방문한 대구 남구청 여성 휴게실 내 수유실에는 사무용 의자와 테이블, 수유 쿠션 등이 있을 뿐 아기 침대나 넓은 소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기를 눕히거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용객이 없을 때 난방을 꺼놓는 탓에 공기 역시 싸늘했다. 수성구청의 수유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2층의 여성 휴게실 출입문에 ‘수유실’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지만 내부에는 수유에 필요한 물품이 보이지 않았다. 수유실 외의 아동 편의시설도 아직 부족하다. 현재 달서구청과 달성군청, 남구청에는 남성 보호자가 이용할 수 있는 기저귀 교환대가 없다.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거나 남성 출입이 어려운 수유실 안에만 아기침대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용 세면대와 변기 등을 갖춘 곳 역시 중구청과 북구청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도 불만을 토로한다.대구에서 10개월 된 딸을 키우는 정모(31·여)씨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라며 “관공서부터 마음 편히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갓 돌을 넘긴 아들을 둔 이모(37·여)씨도 “구청 수유실 대신 자가용에서 아이 기저귀를 갈거나 분유를 먹인다”며 “문화센터나 대형마트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설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수유시설 관리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비품, 청결, 채광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이 있지만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라며 “관공서에 따로 적용되는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남구청 관계자 역시 “수유실 관리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주기적으로 수유 쿠션을 세탁하거나 용품을 소독하는 등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여성단체 등은 수요자 중심의 아동 편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여성회 남은주 대표는 “수유실 등의 공간을 보여주기식으로 만드는 게 저출생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아이와 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양육자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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