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큰 성취를 거두면서 결혼이 늦어진 여성들이 많다. 소위 골드미스들이다. 하지만 본인의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확률은 줄어든다. 문제는 그런 현실은 잘 모르고, 자기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이다.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고 했다. 중매를 하다 보면 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부모들을 만나보면 처음에는 자녀들이 결혼만 하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들 한다. 하지만 상대가 정해지면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평불만이 생긴다.이 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어느 날 매니저가 와서 아버지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조건이 특출나게 좋아서 상대를 찾기 어렵거나 반대로 상황이 안 좋아서 맞는 상대가 없는 경우는 나한테 의뢰가 온다.이분은 거물급으로 분류된 경우인데, 딸은 80년생으로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 중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딸이 걱정됐고 “결혼하면 크게 사례하겠다”고 누차 얘기를 했다. 그만큼 딸의 결혼이 절실했고, 나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하지만 실제 추천이 시작되면서 딸은 상대로부터 거절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래서 직접 여성을 만났는데, 착해보이는 인상이 남성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여성이 원하는 수준의 남성을 만나게 해줘도 잘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연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매니저들을 독려하면서 계속 남성을 찾고,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그러다가 국내 최고의 기업에 다니는 6세 연상의 남성을 추천하게 됐다. 이 남성은 초기에 소개를 했다가 잘 안 됐고, 나중에 남성이 다시 연락이 왔다. 객관적으로 보면 남성은 더 좋은 여성을 만날 수도 있었고, 그런 방향으로 소개가 이뤄질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 여성을 다시 추천했다.그렇게 결혼결정이 됐는데,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겨우 통화가 된 아버지는 마지못해 전화를 받는 분위기였다.마흔을 코 앞에 두고 성사된 결혼인데, 급한 불을 껐다 싶었는지 아버지의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딸이 아깝고, 사윗감이 마음에 안들고, 더 좋은 남성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는지결혼 성사에 대한 고마움은 고사하고자꾸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사윗감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나중에는 상대 남성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었다.결혼식은 화려하게 하면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 노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분들이과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지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