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두 번째로 ‘보수의 아성’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경제 일정으로 빼곡히 채우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대구의 대표 전통시장에선 뜻밖에도 상인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칠성종합시장을 찾은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2시40분까지 4시간여 동안 4개의 경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이번 일정은 대구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경제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 중인 ‘지역경제투어’ 행보 중 하나로 △전북 군산(지난해 10월30일) △경북 포항(11월8일) △경남 창원(12월13일) △경남 울산(12월17일) △충남 대전(1월24일) △부산(2월13일)에 이어 일곱 번째 지역 방문이다.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취임 후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28 대구 민주운동 기념식’ 참석차 대구를 처음 찾은 뒤 1년여 만이다. 특히 이번 행선지가 보수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번 행사에 한국당에서는 김규환 의원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대구 지역 맞춤형 정책 등을 제시하고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보수 민심을 공략했다. 오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역구였던 달성군을 찾아 대구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로봇산업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로봇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아디다스 신발공장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온 것처럼 대구도 로봇산업을 통해 제조업의 중심지로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 섬유산업을 주력으로 경제를 견인해 온 대구에 로봇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시켜 전통 제조업을 되살리는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낮에는 대구지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청취했다. 간담회에는 로봇기업인, 기업회장, 청년 창업인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예비타당성 면제와 대구공항 이전 문제도 거론하며 민심을 다독였다. 문 대통령은 “예타 심사 시 경제성뿐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대구공항 이전, 취수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며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살펴나가겠다”고 했다.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칠성시장을 방문해 민심 청취에도 나섰다. 칠성시장은 각종 선거유세 때 자유한국당 핵심 유세지역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정부는 칠성시장을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1호로 선정해 복합상권 조성을 통해 랜드마크 상권으로 육성·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전통시장 상인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여기저기서 문 대통령을 부르는 환호 소리가 들렸으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는 50여명의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손 한 번 잡아주이소”, “잘 생겼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을 외치며 문 대통령을 크게 반겼다. 한 젊은 청년은 ‘역대 최고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기도 했다. 시장 출구 쪽으로 이동하던 중 이를 발견한 문 대통령은 멈춰서 “이건 내용이 좋아서”라고 웃으며 청년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 입구에서부터 일일히 시민들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도보로 1분 걸리는 30m 거리를 걸어오는 데만 9분 가량이 소요됐다. 문 대통령은 “저보다 르네상스 시장 1호 된 게 그게 기쁘신 거죠?”라며 상인에게 웃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 상품권인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해 10만원어치의 과일, 봄나물 등을 통 크게 구매했다. 상인의 ‘나물이 좋다’는 이야기에 지갑을 열며 봄나물을 추가 구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차에 탑승하는 순간까지 시민들은 “건강하시소”, “행복하이소”라며 배웅했고, 문 대통령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대구 민심 잡기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비단 지역경제 행보를 넘어서 대구 지역 내 중도층 민심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대한 불신과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와중에 대구 지역 내 중도층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8~20일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해 21일 공개한 3월3주차 주중집계(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5%p·응답률 7.3%)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구·경북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전주 대비 7.8%p 오른 38.2%를 기록했다.최근 권력기관 특권층 비리 의혹 등으로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간 개혁을 둘러싼 대립선이 뚜렷해지는 양상이 대구·경북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권순일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개혁을 둘러싼 대립전선이 분명해지면서 대구지역 중도층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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