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장관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매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일이다. 우리 경제생활과 직결되는 수많은 정책이 논의되고 결정되는 중요한 의결기구다. 그동안 이 회의는 매번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려왔다. 회의 내용에 따라 실무를 담당하는 기재부 실·국장들도 줄줄이 서울 행이다. 서울 소재 스마트워크센터는 기재부 공무원들이 점령하고 있어 타 부처에선 자리를 못 잡는다는 후문도 들려온다.지난 8일 홍남기 부총리 취임 이래 처음으로 세종에서 회의가 열렸다.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포함한 주요 회의를 가급적 세종에서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날 홍 부총리를 제외하면 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3명뿐이었다. 부총리뿐만이 아니라 여타 장관들도 소화해야 할 서울 일정이 산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부처 수장과 실무진 간 스킨십이 잦아지면 자연스레 업무 효율이 높아지리라 기대할 수 있다. 세종에 상주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홍 부총리의 공언이 현실화될 지는 의문이다. 기재부의 얼굴로서 부총리가 나서야 할 자리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더 자주 만들어진다.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해야 할 청와대와 국회도 죄다 서울에 있다. 몸은 세종에, 머리는 서울에 둘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경제 부처 수장인 부총리의 핵심 업무는 외부 기관과의 ‘조율’이다. 관계부처 사이에서, 또 입법기관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원활해야 한다. 세종을 오가는 일에 얽매여 자칫 정말 필요한 일들을 놓치게 되지는 않을 지 우려된다. 매주 왕복 4시간을 들여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데 소모되는 체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영상회의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최대한 대체해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이미 공무원들은 간부급들의 잦은 출장으로 업무 효율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의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내는터라 업무 공백이 잦고 정책의 품질마저 저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챙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 부총리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없다. 단순히 세종 주재 회의를 늘리겠다는 것 외에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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