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가 최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동통신 3사 대표들에게 한 말이다.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의 배경은 이통3사의 5G 서비스가 초기 가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유 장관은 “수도권 외에도 빨리 5G 커버리지를 구축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서비스와 콘텐츠, 디바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지난 5일 이통3사는 세계 첫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의 개통을 시작하며 모두 자사의 5G 속도·커버리지·서비스가 최고라 홍보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시작부터 초기 가입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현재 초기 가입자들은 5G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은 물론 건물 내부나 이동 중에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5G 가입자들이 인터넷 속도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치비(BENCHBEE)’를 통해 서울 도심 등에서 측정한 속도를 잇따라 공개했다. 한 커뮤니티에선 “5G로 잡히는데 측정해보면 LTE 속도다”, “속도가 LTE보다 안나올 때도 있다”, “5G 비싼 요금 내고 LTE 쓰는 것”, “실내에서는 5G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LTE랑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직 5G가 무리”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게다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위주로 5G 기지국이 구축돼 있어 대다수 지방지역 고객들은 5G를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일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5261개 기지국 장치 중 85.6%인 7만2983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됐다. 상황이 이렇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0일 오후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오랫동안 5G서비스를 기다려온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5G 커버리지, 속도, 콘텐츠, 고객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서비스 완성도를 빠르게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도 제조사와 같이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진행하며 단말·시스템·네트워크장비 전 영역을 통틀어 일 단위로 현안 이슈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원인 분석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며 5G 서비스 품질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그런데도 이통사들은 개통 첫날부터 가입자 1만, 3만, 5만 돌파 소식을 전하며 초기 5G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성능이나 활용성 강화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일단 출혈 경쟁을 해서라도 시장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듯하다. ‘세계 최초’ 타이틀에 목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부터 한 5G. 세계 최초가 가지는 글로벌 표준 주도와 시장 선점이란 의미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와닿지 않는게 사실이다. 5G를 둘러산 비싼 요금제와 품질 저하. 소비자들의 5G 초기 평가는 낙제점이다. 세계 최초란 자화자찬의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