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지하 통로를 걷고 있는데,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던 노부부의 말소리가 들렸다.“당신, 왜 그렇게 사람이 실없어요?”“내가 뭘 또 잘못했어?”“좀 점잖게 있으라는데도 말 한마디 할 때마다 헤헤거리고, 품위 없이…”“허허”“또, 또”50~60년을 함께 보냈을 것 같은 노부부를 보면서 아내의 타박에도 웃는 남편의 그 여유로움이 이 부부가 해로한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잔소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저렇게 웃어넘기면 큰 싸움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이 부부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요즘 만나는 남자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한 여성이다.그녀는 예민하고 생각이 많다. 작은 일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지금까지 공부하고, 일을 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연애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 같다.“제가 이 말을 믿어야 할까요? 와이셔츠 가슴팍에 립스틱 자국이 있는데, 동료가 넘어질뻔 한 걸 잡아주다가 묻은 거라네요”믿어주라고 말하고 싶다. 안 믿으면 더 복잡해진다. 헤어질 것도 아닌데, 계속 이 일이 마음에 걸리면 두 사람 사이에 뭐가 좋겠는가. 그런데도 믿을지, 안 믿을지를 고민하는 그 여성을 보면서 안타까웠다.우리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는 건 당연하다. 악의가 있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사소한 실수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상책일 때도 있다. 살다 보면,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남성은 길에서 나눠주는 술집 명함을 받아서 무심결에 주머니에 넣었다가 애인의 오해를 샀다고 한다.우리를 돌아보면 별 것도 아닌 일에 예민한 경우가 많다. 사소한 일도 자꾸 반복되면 심각해진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분석해서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떨쳐버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결혼 소식을 전한 어느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늘 양보하고, 너그럽다고 생각했거든요. 알고 보니 전 그 사람이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성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그런데 절 왜 만났느냐고 했더니 싫지 않으니까 몇 번 만나보자고 했는데, 저한테 맞춰주면서 만나보니 제가 점점 마음에 들더래요”남녀관계가 그런 거다. 두 사람 사이의 물꼬는 작은 것에서 풀리기도 하고, 막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