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께 아파트에 불이 났다. 주민들은 부랴부랴 대피했다. 그러나 계단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흉기를 휘둘렀다. 10여명이 다쳤고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이 아파트 주민 안인득(42) 이었다. 지난 17일 일어난 ‘진주 방화·살인’ 사건 전모다. 항상 마주치던 친근한 옆집 사람이 이웃사촌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사건은 이 뿐 만이 아니다.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잠원동에서는 이웃 여성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인 40대 A씨가 붙잡혔다. A씨는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을 했고 흉기로 위협, 은행으로 끌고 가 현금과 수표 2500만원을 갈취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한 아파트 같은 동, 같은 층에 살았던 이웃이었다. A씨는 피해자가 혼자 사는 것을 알고 은행 빚을 갚고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지난해 5월 부산에서는 당시 30대 남성이 술을 사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파트 여성을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남성과 같은 층에 살았다.이웃 간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지난 2월 서울 광진구에서는 70대 C씨가 설 대낮에 이웃 주민 부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C씨는 2년 전부터 건물 신축용도 변경 문제 등으로 피해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7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남성이 층간 소음 문제로 다퉈온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2015년 서울 동작구에서도 아래층의 층간 소음 지적에 화가 난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이웃이 숨졌다.각종 강력범죄에서 가해자가 이웃인 비율은 관련 통계상으로도 낮지 않다.검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살인 범죄 중 ‘지인·이웃’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최근 결과인 2017년의 경우 17.2%이다. △2014년 18.4% △2015년 16.8% △2016년 16.8%이다. 폭행·상해 범죄는 연도별로 △2014년 11.9% △2015년 10.9% △2016년 10.6% △2017년 10.6%가 지인과 이웃에 의해 발생했다.성폭행 범죄에서는 소년범과 성인범을 합쳐 지인·이웃이 △2014년 25.1% △2015년 20% △2016년 18.1% △2017년 18.6%의 비율로 범행을 저질렀다.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주변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일종의 자신을 무시한다는 등의 피해의식이 전제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가벼운 제재만 가능한 이상행동을 보이다가 극단적 형태의 범죄가 발생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사람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공 교수는 “층간소음 등 이웃 간 갈등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라며 “범죄에 다다르지 않을 수 있는 분쟁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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