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산고끝에 출범한지 7년이 지났다. 출범 초기 황량하기만 하던 회색빛 도시에도 봄기운은 뚜렷하다. 오송역에는 행안부 입주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BRT는 어딘가로 사람들을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도시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이다. 세종청사로 통하는 도로 좌우변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장밋빛 미래를 화제로 삼는다.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블록체인으로 환자 의료기록을 관리하는 스마트 시범도시를 얘기한다. 신세계가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청사밖으로 눈길을 돌리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도심상가에는 텅빈 점포들이 하나 둘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국토부 기자단-행복청 오찬이 예정된 중식당으로 이동하던 기자가 바라본 상가의 풍경은 황량했다. 청사에서 차로 불과 10여분 거리. 목 좋은 1층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불꺼진 점포밖 대형 창에는 기자들의 모습만 어른거린다. 정부 당국자들의 고민도 깊어 간다. 상가 공실이 줄지 않는 이유부터 ‘수수께끼’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가가 과잉 공급됐다고도 하고 임대료가 너무 높다고도 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1, 2기 신도시도 출범초 공실이 많았지만 도시가 자리를 잡으며 문제가 점차 해소됐다고 한다. 부동산시장의 수급 논리에 충실한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행복청이 지난달 내놓은 대책도 그렇다. 상업용지 일부를 공공기관 용지로 바꿔 기관 입주를 유도하겠다고 한다. 상가 공급이 과잉이어서 공실이 줄지 않으니 정부기관을 입주하도록 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전가의 보도가 이번에도 등장한 셈이다. 세종시는 공실이 줄지 않자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 까지 꾸렸다. 외주도 맡겼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 부동산밖 세상이다. 바로 유통업의 변화다. 미국의 의류 유통체인인 갭은 앞으로 2년간 그룹 산하 브랜드인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매장 230개를 철수한다. ‘패스트 패션’ 전략을 앞세워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 공룡들의 공세를 비껴가던 이 업체도 더는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 백화점 JC페니, 아버크롬비 & 피치 매장도 폐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도 사정권에 든지 오래다. 위기의 징후는 뚜렷하다. 동네 음식점들의 우상 백종원씨, 쉐프들의 부상은 이른바 ‘아마존 시대’ 오프라인 매장들의 운명을 보여준다. 옷이나 책 ,장난감 등을 팔아서는 온라인이 주도하는 가격 경쟁을 버텨내기 힘겹다. 고객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매장을 찾아야 하는 음식점 창업이 늘고 쉐프들의 시대가 펼쳐지는 배경이다. 이러한 변화는 상가의 운명만 뒤흔드는 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 포용 등 공적가치를 중시하는 공기업들도 정면 겨냥하고 있다. 드론을 날려 상품을 배송하고 자율주행 트럭으로 화물을 옮기는 스마트 물류시대의 개막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화물운송 부문을 압박하고 있다. 적자가 점점 쌓이고 있는 한국전력도 더 이상 변화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한다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다. 참여정부 균형발전을 상징하는 도시에서 늘어나는 상가 공실은 다가오는 허리케인을 알리는 징후일 수 있다. “행복청장님,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