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1970년생 동갑내기 남성 세 명이 같은 날 가입을 해서 우리들 사이에 얘깃거리가 됐다. 몇 년 전 그 중 한 사람이 재혼 회원으로 다시 가입하면서 기억을 소환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 세 남성은 결혼의 관점에서 보면 참 많이 다르게 살고 있다. A는 호남형, 전문직, 좋은 집안 등 조건이 좋았고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외모가 뛰어난 여성과 결혼했는데, 성격이 안 맞았다. 여성 또한 관심과 대우를 받고 살아온 사람이어서 서로 자존심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아이 하나를 낳고 3~4년 만에 이혼을했다.애 딸린 이혼남이 됐지만, A는 당장은 마음 놓고 연애하면서 독신의 자유를 즐겼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결코 오래 갈 수 없었다. 방탕한 생활 끝에 건강도, 재산도 탕진했다. 그런데도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잊지 못했고, 예전처럼 외모만 따지고 있다. 어쩌다 한번씩 만남을 주선하면 양쪽에서 불평을 들었다. 그는 “왜 아줌마를 소개하느냐?”고했고, 상대 여성은 “남자로서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다”고 했다. 몇 년 새 여성들의 평가가 달라져 있었다.B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과 결혼했다. 그때만 해도 B는 자신의 삶이 그저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B의 아내는 살림 잘하고, 음식 잘하고, 재테크에도 능했다. 작은 중소기업에다니던 B의 월급을 알뜰히 모아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샀고, 오피스텔과 상가를 분양받아 월세 수입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 둘을 낳았고,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가정이 안정되다 보니 B는 15년 전보다 더 젊어지고, 얼굴도 활짝 폈다. C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결혼이 늦어지다가 결국 독신으로 남았다. 혼자 마음대로 살다 보니 담배, 술이 늘었고,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선지 후줄근하게 다닌다. 여성들은 그에게 매력을 못느끼고, 실제 최근 지속적으로 만나는 여성도 없다. 혼자 살고, 데이트도 안 하는데, 돈도 못 모았다. 경제상황은 1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지금은 그나마 젊으니까 버티지만, 더 나이 들면 혼자 살아갈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15년 전에는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던 세 남성의 현재를 보면 자신을 개런티해주는 배우자를 만난 B가 이 순간 가장 빛나고 있다. A는 이혼남이지만, 본인 눈만 좀 낮추면 아직은 기회가 있다. 절반의 성공이다. 하지만 C는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결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혼을 하면 성공한 것이고, 안 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혼이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로 원하는 배우자를 만났다고 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도 반전의 여지가 있다. 그것이 인생의 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