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 중도 통합의 길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가 지난 22일 사퇴론을 거듭 일축하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다당제와 중도 개혁의 길을 지켜나갈 의무가 있다”라며 “우리 국민은 거대 양당의 이념정치와 구태정치에 지칠 대로 지쳤다. 제3의 길을 찾아 새로운 정치를 펼쳐나가기를 열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지금 바른미래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대한민국 정치 구조가 극단적 좌·우, 거대양당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 대표의 발언처럼 정치권에선 4·3 보궐선거 참패로 소멸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위기에 몰린 바른미래당의 행보가 내년 총선구도를 ‘양당제 회귀’ 또는 ‘다당제 안착’ 갈림길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은 국민들에게 ‘중도 개혁’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냐는 질문이다. ‘중도’(中道)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길’이다. 큰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정치인들이 자처해왔던 길이기도 하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길을 추구하겠다’는 구호는 정치권의 추상적인 이념 대결에 지친 국민들에게나, 표를 구하는 정치인들에게나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이 없는 중도는 공허하다. 오히려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양비론에 기댄 중도는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만 받기 십상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중도 개혁’ 목소리에 냉소적인 시선들이 이와 다르지 않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이후 계속된 노선 충돌, 결국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 못하는 모습에 ‘바미하다’라는 정치권 신조어까지 회자된다.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처리를 두고도 몇차례 결론을 미룬 뒤에야 겨우 추인해냈지만, ‘12 대 11’의 팽팽한 표 갈림에서도 알 수 있듯 내부 반발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바른미래당에 탈당 원서를 낸 한 구(舊) 당원에게 이유를 묻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바른미래당이 현재 표를 구애하고 있는 ‘젊은 유권자층’에 속하는 그는 “철학이 없는 정당, 남들 하는 대로밖에 하지 못하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거대 양당과 다른 모습의 정치를 기대했지만, 결국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바미`한 모습만 보여준 데 대한 실망감이었다.손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 말미에 “아무리 힘들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흔들림 없이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지금부터 제3세력이 결집하기 위한 새로운 장으로서 바른미래당을 만들어가야 한다”라며 당원들에게 지도부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현재, 다당제와 제3지대를 향한 열망은 여전하다. 손 대표는 다당제의 길을 외치며 명운을 걸고 선거법 개정의 다음 스텝을 밟으려고 한다. 남은 기간 동안 바른미래당이 그 해답인지를 국민들에게 증명해내야 한다. 선명한 답안지를 제출해야 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