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었지만 음악인으로서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어요”‘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기타리스트 신중현(사진·81)이 14년 만인 15일 선보이는 새 음반 ‘헌정 기타 기념 앨범’은 새로운 실험으로 가득 차 있다고 예고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우면서도 강렬한 주법으로 기타를 연주했다. 유장미가 흘러넘치면서도 세련됐다. 9일 전화 너머로 들리는 신중현의 목소리 역시 형형했다. “오래도록 연구해온 독창적인 주법이에요. 세계 어디에서도 듣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주법에 따로 이름을 붙이기가 힘들어요”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중현은 1955년 미8군 무대를 오가며 음악을 시작했다. 이후 1963년 국내 최초의 록 밴드 ‘애드훠(ADD4)’를 결성, 한국 록음악의 창시자가 됐다. 1958년 첫 음반 ‘히키신 기타 멜로디’를 발표한 것을 기점으로 따지면, 지난해가 데뷔 60주년이다. 지금까지도 가수들이 새롭게 재창조하고 있는 ‘미인’, ‘꽃잎’, ‘봄비’, ‘님은 먼 곳에’, ‘아름다운 강산’ 등 수많은 히트곡들의 주인공이다. 2017년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 학위 수여식에서 로저 H 브라운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올해 가을 로스앤젤레스 공연을 현지 프로모터가 추진하고 있다. 작년에는 신중현의 히트곡을 엮은 국산 창작 뮤지컬 ‘미인’이 초연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는 총 8곡이 실린다. 신곡은 ‘사랑해줘요’와 ‘그날들’, 2곡이다. 나머지 6곡은 기존에 발표한 곡이지만 익숙한 곡은 ‘빗속의 여인’ 정도다. ‘겨울 공원’, ‘안개를 헤치고’, ‘어디서 어디까지’ 등 기존에 발표했으나,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았던 곡들이 이번에 재해석해 실었다. 2009년 글로벌 기타 제작사인 ‘펜더’로부터 특제 기타를 헌정 받은 것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에릭 클랩턴, 제프 벡, 잉베이 말름스틴 등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이 받은 상인데 신중현은 아시아인 중 처음으로 이 헌정을 받았다. 그는 “기타를 헌정 받은 것에 대해 꼭 보답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의 아들들인 음악가 3형제 신대철(52)·신윤철(50)·신석철(48)이 참여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신중현의 부인이자 한국 첫 여성 드러머로 알려진 명정강(1940~2018)이 지난해 별세한 뒤 이 가족은 행사를 자제해왔다. 이번에도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는 따로 없다. 그저 앨범으로 기타 헌정에 대한 감사함을 묵묵히 표할 뿐이다. 신중현은 “집안사람들이 함께 뭉쳤지만 각자 바빠 시간을 조율하느라 앨범 발매가 늦었다”면서 “내 생애 끝까지 음악인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