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디즈니 천하’다.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1992)을 바탕으로 한 영화 ‘알라딘’은 역주행 흥행으로 ‘1000만 영화’가 되며 극장가를 점령했다. ‘알라딘’의 흥행세가 주춤한가 싶더니 디즈니 산하의 픽사 스튜디오 ‘토이스토리 4’가 흥행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역시 디즈니 동명 애니메이션이 바탕인 ‘라이온킹’ 17일 개봉을 앞두고 극장가는 폭풍전야다. 이 바람을 타고 공연계 역시 디즈니 바람이 한창이다. 롯데콘서트홀은 24~26일 ‘2019 디즈니·픽사 필름 콘서트 페스티벌’을 펼친다. 24일 ‘코코 인 콘서트’는 디즈니 픽사의 저력을 보여준 애니메이션 ‘코코’(2017) OST를 들려준다. 음악을 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난 고조할아버지로 인해 온 집안으로부터 뮤지션의 꿈을 반대당하는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넘버 ‘리멤버 미’로 유명한 ‘코코’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번 콘서트는 애니메이션 속 활기찬 멕시코 음악의 흥겨운 분위기를 옮겨낸다. 25일 ‘픽사 인 콘서트’는 지난 2년간 매진, 이미 검증된 구성의 공연이다. 픽사의 히트 애니메이션들의 OST를 들려준다. ‘토이스토리 1’(1995), ‘니모를 찾아서’(2003), ‘라따뚜이’(2007)와 같은 초기작에서부터 ‘도리를 찾아서’(2016), ‘인크레더블 2’(2018) 등 근래작까지 다룬다. 조정현이 지휘,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마지막날인 26일에는 필름콘서트 ‘판타지아 라이브’가 장식한다. ‘판타지아’는 1940년 월트 디즈니가 만든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토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의 작품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했다.1969년부터 지속적으로 재생산됐고 후속작으로 ‘판타지아 2000’을 선보였다. 이번 필름 콘서트에서는 ‘판타지아’뿐 아니라 후속작 ‘판타지아 2000’의 하이라이트 영상도 함께 선보인다. 크리스토퍼 리가 지휘,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는 9월7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디즈니 인 콘서트-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를 연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야외에서 열린 디즈니 라이브 콘서트다. 매년 9월마다 펼쳐지며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디즈니 콘서트 싱어즈’가 노래하는 디즈니 공식 라이선스 프로덕션이다. ‘알라딘’을 비롯,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겨울왕국’, ‘모아나’, ‘코코’, ‘라이온 킹’ 등의 OST를 선보인다. 이병욱이 지휘봉을 드는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9월5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도 같은 콘셉트로 공연한다. 11월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라푼젤’, ‘주먹왕 랄프’ 등 최근 10년 간 디즈니 작품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음악과 감상할 수 있는 ‘데케이드 인 콘서트’가 열린다. 31일부터 8월11일까지 목동 아이스링크에서는 아이스 뮤지컬 ‘겨울왕국 : 디즈니 온 아이스’도 펼쳐진다. 디즈니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국제 뮤지컬 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4년 첫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선보인 이후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10대 이하의 어린이 관객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객을 끌어들인 동시에, 뮤지컬에 관심 없지만 디즈니에 익숙한 신규 관객을 유입했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인 디즈니 뮤지컬도 2004년 ‘미녀와 야수’ 라이선스 공연이다. 2005년 ‘아이다’, 2016년 ‘뉴시즈’ 등이 이어 라이선스 공연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까지 대구, 서울, 부산에서 첫 인터내셔널 투어로 흥행에 성공한 ‘라이온킹’은 디즈니의 대표적인 ‘패밀리 뮤지컬’이다. 주로 20, 30대 여성에게 한정된 한국 뮤지컬 관객 연령대를 가족 전반으로 넓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남녀노소가 균형을 이뤘다. 15년 전 ‘미녀와 야수’ 라이선스 공연은 실패했다. 당시 가족 뮤지컬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다른 공연보다 높은 티켓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다. 뮤지컬 애호가 집단도 늘어나면서 디즈니산 가족 뮤지컬의 한국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머지 않아 또 다른 디즈니 뮤지컬이 국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국내 뮤지컬 제작사가 뮤지컬 ‘프로즌’(겨울왕국) 공연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개봉 시점과 맞물려 개막시기 등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왕국’의 흥행 여부도 관심사다. ‘라이온킹’과 ‘겨울왕국’의 관객층은 다를 것으로 업계는 본다. ‘겨울왕국‘에도 가족 이야기가 있지만 서사가 ‘라이온킹’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엘사’, ‘안나’ 등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다. ‘겨울왕국’은 여성 관객의 지지를 얻은 ‘위키드’와 비슷한 관객층이 형성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디즈니는 이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여성, 인종 등을 다루는데 보수적인 색채를 뿜어내는 대표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달라졌다. 애니메이션 ‘알라딘’ 원작에서 의존적이었던 공주 ‘자스민‘이 진취적인 캐릭터도 다시 태어난 것이 예다. 내년 촬영에 돌입하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실사판에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디즈니가 ‘패밀리 뮤지컬’과 함께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뮤지컬들을 국내에서 선보인다면, 머지 않아 디즈니는 한국 공연 시장에서도 강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