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이미 코로나19로 한번 넘어졌잖아요.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이태원 집단감염이 대구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할 텐데요”12일 오후 대구의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한 꽃집 직원은 “아르바이트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운 시기다. 안 그래도 힘든 지역민들이 더 고통을 겪을까 봐 걱정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구 시민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던 곳인 만큼 감염 확산의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만936명이다. 대구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 감염 등으로 총 686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중 6417명은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됐다. 해외입국자를 제외한 지역 감염은 거의 없는 상태다. 대구·경북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치료하던 생활치료센터 16곳도 지난달 모두 운영을 종료하는 등 위기는 진정되고 있다.  동성로에서도 친구나 연인과 함께 길거리를 걷는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거리가 텅 비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역민들은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차차 일상을 찾아가는 대구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지 염려했다. 동성로에서 의류·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한동안 평일 장사를 접기도 했다. 정상 영업을 한 지 이제 겨우 2주 정도 됐는데, 떨어진 매출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이어 “대구는 이제야 조금씩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이태원 집단 감염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장기화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울 따름이다”라고 했다. 교육 관련 업체에 일하는 시민 김모(27)씨는 “등교 개학 연기로 회사에 몇 달간 일이 끊겨 정말 어려웠다”라며 “이런 시기에 자신의 욕구 하나 참지 못하고 유흥시설에 간 확진자들이 정말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 맘카페에서도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한 맘카페 회원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서 주말에 아기 돌잔치를 하기로 했는데, 이태원 클럽 때문에 또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라며 “축하받아야 할 첫 생일이 눈치만 보는 행사가 돼 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타지역 교직원 중에도 이태원 다녀온 사람들이 있던데, 이런 상황에 개학이 가능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아직 늦춰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최근까지 지역 코로나19 의료봉사에 참여한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할 때 정부는 인력과 물자를 집중적으로 투입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수도권과 다른 지역에서 함께 감염이 확산한다면 다시 그런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이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다는 시민 간 믿음이 있을 때 감염병 예방이 가능하다”며 “특히 젊은이들은 질병에 취약한 주변 노약자를 생각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의 클럽과 주점 등을 방문했다고 신고한 대구 시민은 57명이다. 이 중 21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36명은 검사 중이다.대구시는 지난 11일 긴급회의를 열고 지역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등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