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기념물 제6호 팔거산성 정밀발굴조사 중 7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木簡)이 대구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돼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28일 대구시에 따르면 팔거산성은 대구시 북구 노곡동 산1-1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정비·복원의 고고학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북구청에서 지난 2015년의 지표조사, 2018년의 시굴조사에 이어 2020년 10월부터 화랑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학술발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이번 발굴조사를 통해서 팔거산성 내에서 석축(石築) 7기, 추정 집수지(集水地) 2기, 수구(水口) 등의 유구가 발견됐다.석축은 조사지역 북쪽 경사면에 조성되었으며, 일부 유구가 중복돼 있어 석축 사이에 축조 순서 또는 시기 차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집수지는 남반부 평탄면에 조성됐으며 추정 집수지 1호는 돌, 2호는 목재를 사용해 만들어졌다.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현재까지 11점이며, 목간의 보존처리와 판독 등을 진행하고 있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목간의 적외선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두 차례에 걸친 판독 자문회의를 통한 기초 조사를 진행했다.조사 결과 8점의 목간에는 한쪽에 끈을 묶기 위해 나무를 잘라냈으며, 일부 목간에는 실제로 끈을 묶었던 흔적도 존재했다. 전체 11점 가운데 8점에서 글자 또는 글자의 흔적이 보이고, 간지(干支)와 곡식 이름이 등장한다.간지는 4점의 목간에서 발견되며 임술년(壬戌年)과 병인년(丙寅年)이 등장한다. 임술년과 병인년은 각각 602년과 606년으로 추정되며 이는 목간을 작성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또한 목간에는 보리(麦)와 벼(稻), 콩(大豆)이라는 곡식 이름이 등장해 당시 세금이나 물품을 징수한 것으로 보인다.목간이 담고 있는 내용이 곡식과 관련된다는 점,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거점이 대부분 산성이었다는 점, 기존 신라 목간이 출토된 곳이 대부분 군사 및 행정 거점이었다는 점에서 팔거산성도 다른 출토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방에서 군사적으로 중요하면서 물자가 집중되던 거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또한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대구에 있었던 지명으로 팔거리현(八居里縣)이 등장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출토된 목간을 통해서 대구 칠곡 지역을 중심으로 하면서 금호강 하류지역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역을 통제하던 곳이 팔거산성이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이밖에 목간에는 경남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에서 보이는 ‘왕송(王松)’과 ‘하맥(下麦)’이라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한 해명은 추가 연구과제다.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목간은 특히 대구 소재 유적으로는 최초로 신라 목간이 출토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신라의 지방 유적에서 목간이 출토된 사례는 인천의 계양산성(桂陽山城), 경기도 하남의 이성산성(二聖山城), 경남 함안의 성산산성(城山山城) 유적 등이 있다. 또한 지난 2019년 11월에는 대구 인근 지역인 경산 소월리에서 6세기 신라 토지 관련 목간이 발견됐다.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팔거산성 발굴조사 성과와 출토된 목간 자료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시 기념물 팔거산성의 성격을 규명하고 위상을 밝히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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