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이 지난 27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선종한 가운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의장 이용훈 주교 명의로 28일 추도사를 발표했다.‘‘모든 이에게 모든 것’(1코린 9,22)-정진석 추기경님을 기리며’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추도사에서 이용훈 주교는 “평소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으셨고, 모든 사람을 신뢰하시며 인자로이 대해 주신 정 추기경님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1코린 9,22)이라는 사목 표어에 따라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삶으로 일관하셨다”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이어 “삶의 마지막까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시고자 희생을 실천하신 우리 교회의 큰 어른이신 정 추기경님을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속에 주님께 보내 드린다”고 고인을 애도했다.이 주교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참아 내시며 의연한 모습으로 하느님 곁으로 가신 정 추기경님! 일생 동안 한국 천주교회에 베풀어 주신 큰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제 하늘에서 저희 모두를 지켜 주시고 격려해 주시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바란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우리는 믿음 안에서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임을 알기에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추기경님을 맡겨 드리며, 착한 목자를 우리에게 보내 주신 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고 했다.이 주교는 정 추기경이 14년간 서울대교구를 이끌며 ‘생명 존중과 나눔 운동’을 통해 저출산과 낙태 등의 풍조에 맞서 생명 수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도 했다.또 이 주교는 정 추기경이 탁월한 라틴어 실력으로 라틴어로 쓰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서한을 번역해 이들의 성덕을 알리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법 학자로서 ‘교회법 해설’ 등을 비롯해 신자들에게 유익한 서적을 꾸준히 집필하고 번역한 점도 강조했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15분께 선종했다. 향년 90세.1931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 추기경은 발명가를 꿈꾸며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6·25 동란 이후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1961년 사제품을, 1970년 주교품을 받았다. 만 39세의 나이로 제2대 청주교구장에 임명돼 28년간 청주교구를 이끌었다. 1998년부터 12년간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했다.2006년 3월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2012년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 은퇴했다. 이후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활동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