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다. 마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마법학교’에라도 온 듯 무엇인가에 홀려 있다. 여행의 색다른 재미, 바로 ‘독서 삼매경’이다.경주시 보문관광단지 내 라한셀렉트 경주 1층 라이프스타일 북스토어&카페 ‘경주산책’, 그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경주는 ‘천년 왕국’ 신라 도읍지답게 수많은 유적과 숱한 문화재로 가득하다. 최근엔 서울의 ‘경리단길’, ‘송리단길’ 못잖게 특색있는 거리인 ‘황리단길’까지 들어섰다.라한셀렉트 경주는 또 어떤가. 밖으로는 드넓은 보문호수와 마주하고, 안에는 실내외 수영장과 전국 맛집들까지 지하 1층에 모아 놓은 5성급 호텔이다.이처럼 볼 곳. 즐길 것, 할 것 많은 국가대표 관광 명소까지 와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독서에 빠져든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무슨 ‘마법’이 있는 것일까.경주산책은 투숙객을 비롯한 호텔 고객 누구에게나 개방된 복합문화공간이다.라한셀렉트 경주는 지난해 4월30일 리뉴얼 오픈하며 200평에 달하는 공간을 할애해 이곳을 만들었다. 호텔을 찾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휴식’이라면 ‘독서’도 좋은 휴식 방법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책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휴식과 문화 충전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서점과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마련했다.‘아트존’, ‘힐링존’, ‘키즈존’ 등 3개 존에 걸쳐 도서 1만2000여권을 비롯해 지역 신진 작가들이 감각적으로 디자인한 굿즈 등 소품류, 문구류 등 MD 상품을 선보인다. 커피, 티 등 음료와 각종 디저트 메뉴도 판매한다. ‘아메리카노’가 6000원으로 5성급 호텔로서는 비싸지 않은 편이다.맨 안쪽 키즈존이 특히 인기 높다. 독서에 열중하는 다른 고객 걱정 없이 어린이가 책장을 넘나들며 이 책, 저 책 골라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다. 큰소리만 내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소리를 내는 것 정도는 문제없다. 이 멋진 북카페는 지난 1년여간 호텔에 고객을 이끌었다. SNS에서 회자하며 호텔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단골이 된 지역주민도 많고, 경주산책에 오고 싶어 일부러 이 호텔에 묵는 관광객도 적잖다.경주산책은 도서관이 아닌 서점이다. 원칙적으로는 ‘샘플’만 볼 수 있다. 그래도 어린이 책 등 비닐 포장된 일부 서적을 제외하고 샘플 외 판매용 책도 대형 오프라인 서점처럼 ‘조심’을 전제로 마음껏 읽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구매한 책이 아니라면 음료, 디저트를 즐기며 볼 수는 없다.이곳은 ‘고객이 호텔에서 어떻게 하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고 책을 선정했다.이에 따라 가벼운 문장들로 순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 현상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할 ‘지적 무기’를 담은 책들을 선택했다.실제 아트존은 아티스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창의성을 계발하는지 다룬 책들로 채웠다.힐링존은 시대의 바로 미터인 ‘문학’, 삶의 지혜가 담긴 ‘에세이’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상을 다룬 ‘시대정신’, 내가 사는 공간을 되돌아보는 ‘도시재생’,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철학, ‘사랑’ ‘자연’ ‘여행’ 등 테마로 꾸몄다.키즈존 주요 테마는 ‘일상 동화’다. 어린이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들을 구비했다.김 매니저는 “고객은 라이프스타일이 서로 다르다. 1인 가구도 있고, 대가족 일원인 사람도 있다. 부모, 자녀, 커플, 싱글 등 사람들 간 ‘관계’에서 저마다 맡은 것이 있다”고 전제한 뒤, “사람이 각기 자신과 가장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 책’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책에서 얻은 한 마디가 인생의 문장이 된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그 책이 온전히 내게 와 닿아 내 안에 묵직하게 쌓였을 때 비로소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면서 “경주산책을 찾는 고객이 이러한 묵직함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선택해 제안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