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의 최후 보루는 소방관이라는 말이 너무 무색하다. 소방관들의 정신적 삶이 해를 거듭날 수록 피폐해져 가면서 우울증과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다 병원 치료를 받는 소방관들이 너무나 많은 탓이다. 이 뿐 아니다. 재직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방공무원도 부지기수다. 대구·경북에서 근무하는 일선 소방관 306명 5년새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도 6명이고, 전국적으로는 68명이나 달한다. 소방관 트라우마는 그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었다.  사실상 소방관 한 명이 후유증으로 고통받게 되면 가족에게도 그 감정이 전염된다. 집안 기물을 던지는 등 가정 폭력을 저지른 소방관들이 알고 보면 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거리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기도해 달라고도 한다. 2007년 미국 백악관 부속 건물에 불이 났을 때, 부시 대통령은 직접 나와 출동한 소방관을 격려 했다. 한국 소방관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장에 출동, 물걸레를 들고 수백 개의 의자를 닦고 정리했다. 대한민국 소방관들은 여전히 낙후된 장비를 착용하고 목숨을 내걸며 하루에도 수십 번의 출동을 하고 있다. ‘노예소방’이라 불리는 소방공무원을 이대로 놔둔다면, 대한민국에서는 목숨을 내걸고 우리를 구해주는 ‘영웅’이 점점 사라질게 불보듯 뻔하다. 소방관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는 말이 허공에 멤돌 뿐이다. ▣우울증에 고통받는 소방관 최근 5년 새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병원 진료를 받은 소방공무원이 79% 증가했다.  약물 처방은 받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상담을 받은 소방공무원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사이 56명의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이 사실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확인됐다. 이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에 의뢰, 2016~2020년 소방청과 소속기관(중앙소방학교, 중앙119구조본부, 국립소방연구원), 시·도소방본부 및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의 특정상병코드별 진료 인원을 분석했다.  이 결과 2016~2020년 까지 대구 소방관 117명(우을증 115,외상후수트레스장애 2)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21명은 보건 일반상담을 받았다. 년도별로는 △2016년 우울증 18명, 보건일반상담 2명 △2017년 우울증 19명, 보건일반상담 5명 △2018년 우울증 28명, 보건일반상담 3명 △2019년 우울증 24명, PTSD 1명, 보건일반상담 7명 △2020년 우울증 26명, PTSD 1명, 보건일반상담 4명이다. 경북은 더하다. 경북소방관 189명(우울증 183, 외상후스트레스 6)이 극심한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  소방관 35명도 보건 일반상담을 받았다. 년도별로는 △2016년 우울증 22명, PTSD 2명, 보건일반상담 5명 △2017년 우울증 29명, 보건일반상담 2명 △2018년 우울증 32명,  PTSD 1명, 보건일반상담 6명 △2019년 우울증 57명, 보건일반상담 11명 △2020년 우울증 43명, PTSD 3명, 보건일반상담 11명이다. ▣전국 소방관 우울증·PTSD 환자 2845명 이 의원은 소방공무원들의 마음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우울증(F32·F33), PTSD(F431), 보건일반상담(Z719) 등 3개 특정상병코드로 최근 5년간 병원을 찾은 인원을 추출했다.  Z코드는 정신과에서 약물 처방을 받지 않지 않고, 상담이나 건강관리 등 보건서비스를 받을 때 쓰는 코드다.  분석 결과 5년 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소방공무원은 259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년도별로는 △2016년 364 △2017년 415명 △2018년 509명 △2019년 658명 △2020년 650명이다. PTSD 증세로 병원을 찾은 소방공무원도 249명이나 된다. 년도별로는 △2016년 37명 △2017년 43명 △2018년 49명 △2019년 53명 △2020년 67명이다.  2016년 37명에서 5년이 지난 2020년 67명으로 부쳐 30명이 증가했다. 보건일반상담을 받은 소방공무원은 2016년 54명에서 2017년 136명으로 2배 이상 껑충 뛴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 100여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숨겨진 환자 더 많을 수도(?) 소방청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서 우울증‧PTSD 소방관 훨씬 많은데 실제 진료로 이어지지 않은 ‘숨겨진 환자’ 상당수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은주 의원실이 특정상병코드별 진료 인원을 분석한 결과와 소방청이 실시한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 결과 간 간극이 상당히 크다는데 있다. 소방청이 제출한 ‘2016~2020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년간 우울증과 PTSD를 호소한 소방공무원이 각각 1만527명, 1만744명이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진료로 이어진 경우는 5년간 우울증 2596명, PTSD 249명으로 그 수가 매우 적다.  우울증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소방공무원이 75%가 넘는다. PTSD 증세가 있어도 진료를 받지 않는 소방공무원이 98%에 육박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숨겨진 환자’가 많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다.  ▣소방관 6년새 68명 자살 정신건강이 취약해지는 동안 자살을 선택한 소방관들도 굴러가는 눈덩이에 가속이 붙었다. 소방청이 제출한 ‘자살 소방공무원 현황’에 따르면 2016년 6명, 2017년 15명, 2018년 9명, 2019년 14명, 2020년 12명의 소방공무원이 세상을 등졌다. 올해 들어서는 불과 9개월 만에 12명이 자살했다.  소방청이 추정한 자살 원인은 신변비관이 18명으로 가장 많다. 가정불화(14명), 직무스트레스(6명), 우울증(5명), 채무(5명), PTSD(1명) 순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도 19명이나 됐다.  소방청은 소방공무원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다양한 예방사업과 치료사업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 정신건강 상담·검사·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의원은 “충격적인 현장 노출 등 각종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소방공무원들은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되기 쉽다"고 꼬집었다. 결국 아직까지 ‘정신력이 약하다’는 식의 낙인효과로 병을 드러내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은 채 홀로 고통을 견디는 소방공무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뒷받침 하고있다. 때문에 소방청도 이들이 두려움이 없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소방공무원들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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