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구미의 한 대기업 내 성희롱 사건을 폭로하는 글이 게시되면서 안팎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를 호소한 여성 직원은 회사 인사과에 항의했으나 징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글에는 30대 초반 미혼 여성 A씨가 유부남인 B(40대 초반)씨에게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차례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사람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상황들이 날짜별로 상세히 적혀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결혼해 자녀가 있는 B씨는 A씨에게 ‘내가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너를 빨리 보고 싶어서’, ‘일찍 출근해 서 사진 보고 있다’, ‘가디건 단추 잠가라. 남의 시선을 즐기나봐?’, ‘너랑 빨리 퇴근하고 팔공산 가고 싶다’ 등의 표현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정 남자직원과의 관계를 연인으로 의심한 B씨는 ‘자리도 가까이 있는 특정 남자 직원과 메신저로까지 할 말이 그렇게 많으냐’, ‘니가 특정 남자 직원을 보는 눈빛과 나를 보는 눈빛이 다르다’, ‘특정 남자 직원 때문에 나를 밀어내는거냐’ 등 질투하는 행동도 보였다고 했다. 게다가 A씨에 대해 ‘XX같은 X이 시집 잘 가고 싶어서 조직도에서 남자만 보고 있다’, ‘결혼하려면 저런 여자랑은 하면 안 된다’ 등 다른 팀원들에게 험담도 서슴지 않았다. B씨가 두려워 A씨는 한동안 사촌 언니의 집에서 지냈다고도 했다. 괴로워하던 A씨는 지난 1월 24일 인사과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지만 회사 측으로부터 “증거가 없고 B씨가 사실을 부정한다”며 확인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12년간 이 회사에서 받은 교육과는 달랐다. 수치심을 느끼고 힘들면 성희롱이라고, 참으면 안 된다고 마르고 닳도록 교육해주던 회사가 아니었다. 자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고 느꼈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B씨에 대한 징계결과를 알려주지 않았고, 당사자인 B씨와 다른 팀원들은 ‘받은 징계가 없다’고 해 인사과 답변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는 “모든 것이 후회된다. 선을 넘는 말들을 들었을 때 왜 피했는지, 매일 봐야하는 껄끄러움을 걱정하느라 화도 내지 못한 자신만을 탓하게 된다”고 자책하며 “대기업 인사과라는 곳은 피해자여도 찾아가기 힘든 곳”이라고 썼다. 해당글의 댓글에는 ‘남일같지 않다’, ‘힘내시라’ 등 A씨에 대한 응원글을 비롯해 ‘인사팀 대처가 매우 실망스럽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회사에서 성희롱 교육 왜 하는지 모르겠다’ 등 내부 조치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경찰에서도 사실 확인에 나섰다. 별도로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있었음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글쓴이가 오해한 부분이 있어 현재는 글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체 조사한 후 B씨를 다른 부서로 이동 조치했으며 직위 해제했다. 세부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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