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나서 처음 맞은 설 명절 밥상에 오른 정치권 화두는 단연 여당 전당대회 주자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오전 여당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강한 TK(대구·경북)지역 A 지자체 한 마을회관에 60~70대 노인들이 모였다. 이 곳에서 오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대한 이들 나름의 평가는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쏠린 양상이었으면서도 윤심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계파 정치 부활 조짐 등 당내 내홍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들은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과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갑)을 당권주자 ‘3강’으로 봤다. 주민들은 윤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과의 연대설이 나온 이후 김기현 의원을 사실상 ‘친윤’(친 윤석열) 주자로 보는 기류가 강했다. 70대 초반 한 주민은 “김기현이가 대표가 돼야 당이 대통령과도 합이 맞지 않겠느냐”며 “나경원이가 나온다고 해도 판세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 갈등하는 인사가 당 대표가 되면 나라가 잘도 돌아가겠다”며 “윤석열이 대통령될 때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이 당 대표로 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다른 주민은 나경원 전 의원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표현하며 두둔했다. A씨(66)는 “당심(국민의힘 당원 표심)은 원래 나경원한테 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그런데 친윤계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나 전 의원을) 심하게 찍어 누르니 전당대회 양념으로 치부되는 정치적 희생양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어 A씨는 “당이 계파정치로 뒤덮히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국민의힘 당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느냐”며 “김기현보다는 차라리 나경원이 낫다. 출마하면 전당대회 판 자체를 다시 뒤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는 여느 명절 연휴 때보다 높은 기류가 강했다. 최근에 안철수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다는 B씨(60)는 “김기현이 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맨날 지지고 볶아 나라사정이 말이 아닐 것 같고, 나경원은 처음부터 처신을 잘못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B씨는 “그에 반해 안철수가 최근에 던지는 메시지나 말을 보면 예전보다 정책적으로 무장이 상당히 된 걸 느낀다”며 “친윤 색채가 (김기현에 비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안철수가 당 대표를 맡아야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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