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5~49인) 사업장으로 이 법이 확대 적용됐다. 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과 빵집까지 중대재해법에 따라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 상황이 됐다.  노동당국은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밀착지원한다. 하지만 여·야가 ‘네 탓’ 공방으로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영세 자영업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이틀 앞둔 이날 여야는 본회의 도중에도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회동하며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9월 7일 발의된 유예안은 140일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현실이 수용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당연히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은) 왜 이렇게 비정하게 정치를 하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가 안 된 것에 정부의 사과도 없었고, 유예될 2년간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과 예산 투입을 할 것인지 가져오라 했지만 가져온 것이 없다”고 맞섰다.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이 확대 시행되면 사업체 83만7000곳과 근로자 약 800만 명이 새로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법의 안전 지침이 모호해 지키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왔다.  ▣중대재해법 대구·경북교육청 예방 나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는 가운데 교육당국이 학교 등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재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대구·경북교육청은 지난 25일 중대재해예방 안전보건관리 실무협의회를 열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당국은 중대재해를 막고 안전보건관리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실무협의회를 지속적으로 열기로 했다. 앞서 지난 24일 대구교육청은 `중대산업재해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에 따라 대구교육청은 올해 27억원을 투입 △학교 안전관리자 및 안전관리전문기관 안전점검 및 컨설팅 실시 △안전보건수칙 준수 의무 확립 △위험성 평가를 통한 안전사고 방지 대책 수립 △안전교육 내실화와 안전문화 활동 강화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도급·용역·위탁 시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근로자 건강증진 및 보건관리 확대 등에 나설 방침이다.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며, 오는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구미 50인 미만 사업체들 "회사 제대로 굴러 가겠나" 구미시의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안전관련법 준수 사항이 너무 방대하고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걱정을 쏟아냈다. 26일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구미지역에는 4605개의 50인 미만 사업장에 4만4862명이 근무하고 있다.  구미국가산단에는 2148개 제조업체의 90%인 1932개사가 50인 미만 업체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이 결정되자 업주들은 "중대재해법을 지키면서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업체가 몇개나 될지 모르겠다"며 우려하고있다. 업주 A씨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상이나 질병에 걸리면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게 생겼다"며 "현장상황을 전혀 모르는 정치인들 때문에 경제가 망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자 B씨는 "벌금을 못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살아야 하는데,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 사업장 76%가 `중대재해법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무방비 상태`라고 응답했다. 윤재호 구미상의 회장은 "중대재해법이 의도하는 순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처벌에 앞서 적극적인 계도 활동과 유예기간 부여가 필요하며, 기업은 안전보건 준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 "중대재해처벌법 엄정 집행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는 2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엄정 집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한다. 산재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시행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동안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 대금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발생해 왔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와 사용자 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가 없었다는 입장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 683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법이 시행된 2022년에는 그 수가 644명으로 39명(5.7%)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오는 27일부터 적용되는 50인·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중대재해 예방 대책의 전면적인 시행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전면 도입에 앞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간 시행을 유예했다. 정부 여당과 중소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준비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했지만, 지난 25일 국회가 법 시행 유예기간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오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적용된다. ▣알바도 중대재해법상 근로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라”며 “특히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세 기업에 필요한 지원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이 된 소규모 공장, 영세 기업, 동네 식당과 카페 등에는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등을 바탕으로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중대재해법이 무엇인가. △“일터에서 직원이 근무 중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 근로자의 사망, 부상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구체적으로 ‘중대 재해’의 기준은…. △“업무로 인해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하나의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급성 중독 등 직업성 발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가 ‘중대산업재해’다.” -작은 카페나 음식점에도 적용되나.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모든 업종에 적용된다. 상시근로자에는 아르바이트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 일용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모두 포함된다. 산업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 제조업뿐 아니라 식당, 카페, 마트, 미용실 등 요식업 및 서비스업과 일반 사무직 회사에도 적용된다. 건설현장은 기존에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일 때만 적용됐지만 27일부터는 금액과 무관하게 적용된다.” -기존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나누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나. △“아니다. 정상적인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을 적용 받지 않겠지만, 누가 봐도 하나의 사업장인데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위해 점포 하나를 두 개로 나누고 직원도 각각 4명 이하로 배치하는 등의 ‘쪼개기’를 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중대 재해가 일어나면 사업주는 무조건 처벌 받나. “△아니다. 법원의 판단 결과 사업주가 법에 정해진 안전 조치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처벌 받지 않는다.” -안전 조치는 어떻게 취해야 하는가.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따라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련 목표를 정하고 사업장마다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한 뒤 이를 6개월에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가령 빵집 사장은 반죽 기계나 오븐의 위험 요인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위험성 수준을 상중하 체크리스트로 작성해도 된다.” -카페, 식당도 안전관리 담당자를 따로 뽑아야 하나. △“아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다. 그러나 제조업, 임업,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등 5개 업종만은 예외다. 이들 업종은 근로자가 20명 이상일 경우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1명 이상 지정해야 한다. 새로 채용할 필요는 없고 기존 직원이나 경영자가 겸임해도 된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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