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증산면 유성리 오지 마을에 있는 증산초는 전교생 22명 중 15명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1980년대 전교생이 600명이나 되던 이 학교가 최근 폐교 위기에 놓였다.  학생이 15명 이하로 줄면 학교는 분교나 폐교 대상이 되는데 올해 입학생이 2명뿐이고 전교생이 7명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다른 면의 초등학교와 통폐합이 여러 번 논의돼 왔고 지난해부터 분교로의 전환 얘기가 나왔다. 학부모와 마을 이장들이 분교 전환을 반대하고 나섰다.  분교로 전환되면 학생들은 10㎞ 이상 떨어진 다른 초등학교로 다녀야 하고 제 나이에 학교를 다니지 못한 `학령초과자`들의 입학을 받아 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지금도 문해교실이 있는 노인대학이나 평생교육원을 다니려면 하루 한두 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나가야 될 만큼 첩첩산중에 있어 못 배운 설움을 가슴에 안고 사는 노인들이 많다. 2022년 경북교육청이 교장이 허가하면 노인도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 놓은 터라 마을 11곳 이장들은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고 싶은 노인들을 수소문했다.  지난해에도 3명의 노인이 `학령초과자` 신입생으로 입학하려고 하다가 사정이 여의찮아 입학을 못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50여명의 노인이 입학을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15명의 신입생을 모집하게 됐다.  학교는 지난 5월 두 번째 입학식을 열고 이들을 신입생으로 맞이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9세다. 할아버지가 1명이고 나머지는 할머니이며 막내는 65세이고 최고령 학생은 89세다.  올해 입학한 증손자뻘 1학년 신입생 2명과 음악 시간을 제외한 전 수업을 같이 듣는다. 이달호(80) 1학년 반장은 "학교 졸업장이 없는 것이 평생 한이었는데 졸업장 받을 생각하니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노인 신입생들이 입학하자 혈압측정기를 구입해 이들이 등교하면 혈압부터 재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등 건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권경미 증산초 교장은 "노인 신입생들이 꼬맹이 신입생 2명의 학습에 피해를 줄 수 있을까 싶어 우려를 했지만 아이들 2명은 할머니 손에 자란 애들이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잘 어울린다"며 "할머니들 한글 공부도 가르쳐 주고 밥 먹을 때 숟가락도 챙겨 드리는 등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 그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배움을 뒤로 하고 희생을 통해 자식들은 키운 세대들인 이분들은 누구에게나 한번은 주어지는 교육의 권리를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다"며 "공교육의 혜택을 충분히 받아 평생의 한을 풀 수 있도록 좋은 시선으로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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