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의 한 마을 주민들이 6·25 전쟁 당시 마을을 지키다 72년 만에 유해로 돌아온 장병의 추모식을 열고 유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산면 응추리 주민들은 지난 20일 마음 앞산에서 전사해 72년 만에 유해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고(故) 김희정 중위의 추모식을 열었다. 주민들은 추모식을 마치고 김 중위가 목숨과 바꾼 땅에서 자란 쌀, 감사, 마늘 등 10여 종의 농산물을 택배로 유가족에게 보냈다. 서울, 대전, 대구에 흩어져 살고 있던 세 명의 유가족은 주민들의 정성 어린 선물을 받자 지난 23일 응추리를 찾았다. 이종록 응추리 이장은 유가족이 마을회관에 도착하자 유가족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김국식(73·대구) 씨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하며 고인의 희생에 감사와 존경을 표현했다. 응추리 주민들은 장모가 사위에게나 대접하던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 정성껏 요리해 유가족에게 내어놓았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기원하며 전국 유일의 양봉 특구로 지정된 칠곡에서 생산된 꿀을 선물했다. 마을에서 1km 떨어진 유해가 발견된 현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발굴 당시를 설명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은 마을 주민을 위해 대전에서 유명한 제과점의 빵 서른 개와 음료수 아홉 박스를 준비했다. 유가족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갈 즈음에 마을 이장이 명예 응추리 주민이 될 것을 제안하자 유가족은 흔쾌히 동의하며 형님과 동생으로 인연을 이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유가족 김민경(66·대전)씨는 "주민들의 정성에 큰 감동을 받아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응추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종록 이장은 "마을을 지켜준 고인의 희생은 그 어떤 감사의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이제는 고인과 유가족이 모두 응추리 주민들이다. 앞으로도 고인을 기억하며 추모할 것"이라며 전했다. 김 중위는 전쟁 당시 백선엽 장군이 이끌던 육군 1사단 15연대 소속으로 1950년 9월 벌어진 다부동 전투에서 27세의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 2022년 9월 가산면 응추리 뒷산에서 유해가 발굴돼 지난 19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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