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날 그날은 어김없는 창간날이다.대구광역일보가 스물여덟이라는 나이를 먹었다.아침 책상 앞에 앉는다. 스물 여덟번째 일기를 쓴다.생일을 맞았지만 늘 공허하다.펜을 잡고 글 써내려가니 더욱 그렇다.연일 계속 퍼부어대는 폭우다. 하늘에 구멍이 뜷린 듯하다.수해민들은 갈곳을 잃어 처막살이를 한다.수해와의 전쟁이다.200년만에 쏟아진 극한 폭우라 입을 모은다.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경북지역은 ‘전쟁터’다.‘물폭탄’으로 도로가 엿가락 처럼 휘어지고, 주택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침수됐다.물공포에 대한 불안감이 또 다시 엄습해오고 있다.농민들은 수마에 몸서리 친다.수해민들은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오늘도 재기의 삽질에 비지땀을 흘린다.대구강역일보도 다시한번 일어서려 한다.등록매체수가 2만개를 넘은 대한민국 언론환경(시장)에서 지방언론 종이신문이 살아남기기에는 힘이 많이 부친다.포털사이트와 제휴의 수준(등급)이 언론시장에서 특정매체의 값어치 또는 예상수익을 결정하는, 다소 왜곡된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지방언론의 사투다.‘기요메의 사투’를 좇는다. 대구광역일보는 기요메의 이야기를 전하려한다.어느 겨울, 안데스산맥을 횡단하던 기요메가 행방불명이 된다. 비행 중 안데스산맥에 불시착한 기요메, 그런 기요메를 정처없이 찾아 헤매는 동료들.결국 모든 걸 체념한 동료들 앞에 꼬박 7일째 되던 날 기적처럼 기요메의 생사 소식이 들려왔다. "기요메가 살아있다!"추위와 배고픔과 고통 속에서의 끝없는 사투를 벌인 기요메였다.기요메는 그 추위 속에서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지지 않게 애를 썼다. 죽음과 맞서는 7일간의 전쟁 같은 시간을 이겨낸 기요메다.기요메를 보면 대구광역일보와 무척 닮았다.버려진 항무지에서 살아남아려고 처절하게 몸부림친다.적자 누적으로 경영수지는 악화일로다.지방언론사의 재정적 타격은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졌다. 지방의 열악한 광고시장을 둘러싸고 지방언론사들끼리 이미 과포화한 상태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지방언론은 이외에도 지방언론시장까지 잠식하려는 대형중앙언론사와 경쟁을 해야하고 또 지역을 기반으로 광고중심의 생활지인 지역신문과도 맞서야하는 어려운 형국이다. 민선들어 더하다.언론사 재갈물리기 광고 배정은 어느듯 지자체의 점유물이 됐다.쌈짓돈 쓰듯 선심쓰는 꼴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나랏돈이 지자체 돈인냥 단체장 호위무사(護衛武士)를 자처하면 홍보비를 펑펑쓴다.오늘의 현실이다.자치단체장들의 일부 지방언론사와의 잇단 전쟁선포, 홍보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지방언론사들을 옥죈다.대구시와 경북도 일선 지자체는 언론 길들이기에 혈안이다.홍보비라는 미끼를 덥석물고 권력에 짓 밟힌 언론사는 얼마나 빨리 망가지겠는가.그래서 나온말이 "비판기사 쓰면 광고비 집행하지마라" 이다.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그리고 기초단제장들은 지방언론이 살아야 지방정부가 산다고 떠들어댄다.역겨운 두얼굴이다. 가식이 넘치는 단체장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싶다.예전 일이 생각난다.김문오 달성군수시절 대구광역일보가 비판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4년간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았다.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넘어 고발하고 언론 재갈 물리기 악행을 서슴없이 자행했다.끝내 대법원가는 사태가 벌어졌다.결국 대구광역일보의 비판기사는 혐의없음이라는 판결을 받았다.당시 본지는 시쳇말로 광고비 그게 뭣이라고 안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비판기사를 썼다. 지금 김 군수를 만나면 묻고싶다. 그때 무소불위를 휘두른 이유가 뭐냐고 그래서 말로가 참 좋냐고 말이다.김문오 달성군수의 얄팍한 술수 비겁한 행동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대구광역일보는 여전히 건재하다. 잡초다.쓰러지지도 무너질 수도 없다.왜냐하면 지방신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많고 솔직하게 버텨 온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굳건하게 이겨내야 한다.그래서 대구광역일보는 지방언론의 성공신화를 쏘아올리려 한다.언론사는 기업, 관공서, 대학, 병원 등의 광고를 먹고 자란다. 언젠가부터 종이신문은 광고판 그 이상·이하도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언론의 정신은 엿바꿔먹은지 오래다.그래서 난 그곳에 종사하는 기자를 기레기라 단정한다.언론사 수는 엄청나고 기사 구독은 공짜인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도 대구광역일보는 신문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신문은 권력의 마음에 드는 글을 쓰는 곳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신문은 사실(事實·fact)을 찾아 기록하고 알리는 곳이다. 사실 속 진실은 때로 권력을 화나게 하기도 한다. 어떤 집단이나 세력의 증오를 사기도 한다. 두려움은 사실의 은폐와 왜곡의 은신처다. ‘묘언무고금(妙言無古今)’이라는 말이있다.‘한묵보감’, ‘묵장보감’ 등에 실려 있는 문구다. “훌륭한 말(언론)은 과거와 현재의 시대 구분이 없으며 미래도 그럴 것”임을 뜻한다. ‘진리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좋은 언론은 그러한 진리를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언론으로서 새겨야 할 태도와 가치도 다양하게 품고 있다.창간 28년 아침에 독자 여러분들께 약속한다. 사실 속 진실 찾아 지면에 보도한다.그게 바로 언론의 사명(使命)이자 숙명(宿命)이다.   김성용 본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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