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행렬이 꼬리를 물고있다.경제적 빈곤으로 일가족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면서 자살이 마치 사회적 신드롬이나 유행병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공무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다. 2022년 대한민국의 자살 사망자 수(자살률)는 1만2906명(25.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5.4명, 즉, 2시간마다 3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셈이다. 성별 자살률은 남성(35.3명)이 여성(15.1명)보다 2.3배 높다. 전년 대비 자살률은 남자(-1.7%), 여자(-6.4%) 모두 감소했다. 연령대별 자살률은 40대(2.5%), 10대(0.6%) 순으로 증가했다.70대(-9.6%), 20대(-9.2%), 30대(-7.2%), 60대(-4.7%), 50대(-3.6%), 80세 이상(-1.1%) 순으로 감소했다.때문에 비관형 자살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신문보기가 두렵다는 시민들의 목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벼랑끝 살인이 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셈이다.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세상을 등지고, 외로움에 지쳐 목숨을 끊고, 결혼 못해, 삶이 고달파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죽인 후 극약을 먹고 죽는다.성적이 오르지 않아, 시험을 잘보지 못해, 취업을 하지 못해 나홀로 구들장을 지고 있는게 싫어서, 카드빚, 부모의 꾸지람, 애인 변심 등 갖가지 이유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는 자살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여기에 부부싸움 끝에 홧김에 죽이는 사건도 의외로 많다.사람들도 ‘자살’이라는 극단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자살도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3년 이래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1위를 고수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7명에 달한다.노인빈곤자살률, 장애인 자살률,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학생 자살률은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어서 심리적 위기 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공무원 자살 잇따라공무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을 우울증과 자살로 내모는 주요 원인으로 `악성 민원`과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초과 근무` 등이 꼽혔다. 올해 3월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김포 시청 소속 30대 공무원의 컴퓨터에서는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메모가 다수 확인되며 파장이 일었다. 지난 5월 강북구 보건소에서 일하다 숨진 50대 공무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공무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무상 질병은 우울,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인사혁신처가 지난달 21일 분석한 `2022 공무상 재해보상 승인 현황`에 따르면 공무원의 업무상 질병 요양자 수는 정신질환이 274명으로 가장 많았다.공무원 1만 명당 요양자 수 기준으로는 2.14명으로,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정신질환 요양 관련 산업재해(0.19)보다 약 11배 많은 수준이다.정신질환으로 인한 공무원의 자살 등 사망은 22명, 1만 명당 0.17명으로 산업재해(0.02명)보다 약 9배 높았다.공무원 중 뇌·심혈관 질환 요양자와 사망자도 각각 111명, 43명이나 됐다. 1만 명당 비율 역시 각각 0.86명, 0.34명으로 산업재해보다 약 3.6배, 1.4배 많았다.공무원의 정신질환 및 뇌·심혈관 질환 관련 요양과 사망이 많은 것은 법적 책임 및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한 높은 직무 중압감, 악성 민원의 증가, 경직된 조직 문화, 직장 내 괴롭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인사처는 그간 `사후 보상` 강화 위주로 이뤄졌던 재해예방 관련 정책들은 `사전 예방`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현재 `범정부 공무원 재해예방 종합계획`을 추진 중이다.종합계획에는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공직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재해예방 정책의 추진 기반과 핵심 추진 과제를 담는다.종합계획 발표에 앞서 공무원 심리재해 예방 및 마음건강 관리를 위해 이달 중 `공직 마음건강 위험관리 안내서`를 배포한다.▣초·중·고 자살예방 교육 연 1회 의무화앞으로 학교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자살 예방 의무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자살예방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법에 따라 지자체, 공공기관, 초·중·고교, 사회복지시설, 병원급 의료기관의 장은 자살예방 교육을 연 1회 실시한다.결과를 복지부 장관 또는 주무부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자살예방 교육은 생명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인식개선 교육과 자살 문제, 대응기술 등을 가르치는 생명지킴이 교육으로 구분된다.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는 퇴직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대학 입학사정관은 개인과외나 교습소 운영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도 심의·의결됐다. 현행법은 입학사정관이 퇴직 후 3년 동안 학원이나 입시상담 전문 업체를 설립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교습소 설립이나 과외교습 행위는 제한되지 않아 제도적 사각지대가 있었다.교육부는 또 법을 위반한 퇴직 입학사정관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벌칙 규정을 신설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퇴직 3년이 지나지 않은 입학사정관을 강사 등으로 취업시킨 학원에 대해선 교육감이 1년 이내 교습정지 또는 학원 등록말소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자살예방 교육` 온라인 허용… 10년 내 자살률 50% 감축을 목표로 지난 12일부터 지자체, 초중고, 병원급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자살 위험이 높은 대안 학교가 자살 예방 의무 교육 대상에서 빠졌다.온라인 교육 허용으로 대면 교육 위축 우려도 제기돼 자살 예방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문제는 자살 예방 교육 의무화가 실제 자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최근 자살 연령이 낮아지면서 자살 예방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정부의 온라인 교육 허용은 이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자살한 초·중·고생은 193명으로 2018년(144명)보다 34%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무려 266.7%(3명→11명) 급증했다.자살 예방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과 자살 예방 활동가들은 "강사용 대면 교육 교재도 있지만 온라인 교육이 허용된 상황에서 현장에서 대면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김주선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생명문화라이프호프 사무국장은 "정부가 온라인 자살 예방 교육을 승인한 것은 자살 예방 교육을 민방위 교육과 동급으로 본다는 것"이라면서 "환경보호 캠페인도 아니고 아이들이 당장 죽고 사는 문제인데, 동영상을 틀어 놓고 들으라고 하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온라인 동영상 교육은 수강자가 듣지 않으면 일방 통행으로 흐르기 쉽다. 현장 교육처럼 궁금한 점을 바로 묻고 확인할 수 없다. 김 사무국장은 "각기 처한 환경이 다른 아이들이 일률적으로 똑같은 온라인 동영상을 접한 후 궁금증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후 발생할 부작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학교 현장에서도 자살 예방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내 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자살예방생명존중 교육 주간이 있긴 하지만 담임 교사가 자료를 소화해 수업하는 수준"이라면서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흡연·마약 예방 교육처럼 외부의 전문 강사가 투입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자살 예방 교육 의무 대상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많은 대안 학교가 빠진 것도 자살 예방 교육이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 위험도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의 3배를 웃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자살 예방 교육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대면 교육이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기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상임이사는 "자살 예방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육센터가 필요하고 강사도 더 확보해야 한다"면서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 교육 후 평가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결국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오명을 벗으려면 교육부, 복지부, 고용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대폭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자살예방교육 및 홍보 활성화’ 예산은 올해 31억 원으로 지난 2021년(48억 원)에 비해 17억 줄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조성` 예산은 지난해 488억 원에서 올해 508억 원으로 늘었지만, 자살 예방 교육이 의무화된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자립준비청년…47% "자살 생각 해봤다"자립준비청년 절반 가까이는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청년의 4배가 넘는 수치다.최근 1년 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비중도 18.3%로 높았다. 그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들었다. 최근 1년 간 질병을 경험한 자립청년 10명 중 1명은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경험했다.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의 건강·교육·고용 등 자립 실태와 지원 욕구에 관한 조사로 2023년부터 아동복지법에 따라 3년 주기로 실시된다.실태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8개 영역별 문항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됐으며 보호종료 후 5년 이내인 전체 자립준비청년 약 1만 명 중 절반 이상인 5032명이 참여했다.자립준비청년의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평균 10점 만점에 5.6점으로 2020년(5.3점)보다 높아졌다. 다만 전체 청년(6.72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본인의 자립상태에 대한 점수 평균은 10점 만점에 경제적 자립 6.1점, 심리 정서적 자립 6.6점, 사회적 자립 6.6점을 꼽았다. 모든 영역에서 2020년보다 점수가 높아졌다.자립준비청년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5%로 2020년(50%)보다는 3.5%포인트(p) 줄었지만, 전체 청년(10.5%)보다는 4.4배 많았다. 이번에 새롭게 조사한 `심각한 자살 생각` 항목의 경우 자립준비청년 18.3%가 `최근 1년 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그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30.7%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 문제(28.7%), 가정생활 문제(12.3%), 학업·취업 문제(7.3%)가 뒤따랐다. 2020년에는 경제적 문제가 1순위였으나 지난해에는 정신과적 문제가 1순위로 바뀌었다.자살 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도움은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30.3%)를 1순위로 꼽았다. 운동·취미 등 지원(24.7%), 심리상담 지원(11.0), 정신과 치료 지원(9.6%) 순이었다.복지부는 17개 시·도마다 설치된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전체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생활 상담을 하고 있다. 우울증 등 자살 고위험군 발굴 시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 정신건강전문기관과 협력해 전문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과 치료비, 생활비 등도 지원하고 있다.조사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 5032명 중 51.9%가 여성 48.1%가 남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22.8세였다. 보호유형으로는 가정위탁이 58.7%로 가장 많았다.시설 보호유형인 아동양육시설은 31%, 공동생활가정은 10.3%였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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