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은 것은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만에 처음이다.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정했다.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르면서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37년 만에 처음 시간당 1만 원을 넘게 된 것이다. 다만 인상률은 2021년의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 기준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 된다.이미 한계사항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 등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023년 5.0%(460), 올해 2.5%(240)원 올랐다. 노동계는 일제히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삭감"이라며 반발했다.반면 카페·치킨 등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실업급여도 오른다.건설업 임금은 이미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섰지만, 청년층이 건설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져 인력난이 허덕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다. 노동부는 8월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노동계, 물가 고려하면 삭감노동계는 일제히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삭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2일 오전 각각 비판 성명을 냈다.한국노총은 "일부 언론 등에서 1만원 돌파가 마치 엄청난 것인 양 의미를 부여하지만, 1.7%라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이며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역대급으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실망했을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이들은 "4차 수정안까지 노사 간 격차는 9.1%였는데, 이때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5차 수정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며 "이에 노사가 공익위원의 역할을 촉구하며 심의촉진구간 제시를 요구해 나온 구간이 `1.4%~4.4% 인상`이었다. 이 구간 자체가 이미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나왔다"고 했다.이어 "한국노총은 그래도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심정에서 이 구간의 중간인 2.9%보다 낮은, 물가상승률 예상치만큼인 2.6% 인상안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측은 겨우 1.7%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공익위원 다수는 사용자 편에 서 상식적인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과 저임금 노동자들을 농락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최저임금을 돌이킬 방법은 없지만, 하반기 한국노총은 플랫폼과 특수고용(특고)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별적용 완전 철폐를 위한 입법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공익위원들의 심의촉진구간 제시에 항의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한 민주노총도 "해마다 이어지는 고물가 시대를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쪼들리는 고통 속에서 1년을 또 살아가야 한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냈다.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요구가 노동계에서 처음 나온 지 10년이고, 지지난 대선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을 내세운 지도 7년이 지났다"며 "그 사이 물가는 곱절로 뛰었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최근 2년 간의 물가폭등기에는 최저임금이 물가인상폭보다 적게 오르면서 또 실질임금이 하락해 최저임금은 본래 취지를 이미 잃어버리고 있다"고 했다.경영계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민주노총은 "이번 터무니없는 최저임금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되든 말든 관심조차 없던 사용자들의 무책임함과 잔인함에 있다"며 "처음엔 차등적용을 운운하며 차별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더니, 임금 수준 논의에서는 동결을 주장하며 어깃장을 놓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현행 최임위 결정구조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음을 이번 회의 과정에서 절실하게 확인했다"며 "제도 개선 투쟁에 즉각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중소기업·소상공인 일제히 비판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계가 올해 대비 1.7% 인상된 1만30원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지불 주체의 현실을 외면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2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은 매출저하와 고비용구조로 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임금 지불주체인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 상승은 결국 `나홀로 경영`을 강요하며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늘어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소공연은 "이번 결정으로 소상공인의 경제적·심리적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1만원의 벽도 무너졌다"며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호소했다.소공연은 "소상공인 사업장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 소상공인이 고용을 포기하지 않고 취약 근로자들과 공존·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민생경제 구성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이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된 만큼, 이제는 초단시간 쪼개기 근무의 원흉인 주휴수당도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은 통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2025년 최저임금이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요구했던 동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했다.중기중앙회는 또 "금번 심의기간 중 중소기업계는 구분적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그 동안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진전된 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최저임금위원회가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이들은 "업종별 지불능력을 고려한 최저임금의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중기중앙회는 "구분적용의 대상이 되는 취약업종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매출은 줄고 비용은 늘어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재의 높은 최저임금은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들 취약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위험을 안고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때문에 "정부는 향후 심도 있는 구분적용 논의를 위해서 추가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초통계 자료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같은날 "지속적인 경기 악화로 기업의 지불능력이 현저히 악화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고 노동계의 오랜 주장인 1만원대로 결정된 것은 오히려 기업과 근로자의 애로를 가중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자영업자 장사 접어야 할 판...한숨외식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식재료와 배달 플랫폼 중개수수료 인상에 이어 인건비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큰 탓이다.지난해 부터 계속된 채소값 상승에 더해 최근 배달앱 중개수수료 인상 소식이 더해진 가운데 내년부터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늘었다.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가 2025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7% 인상된 1만30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협회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절대 다수가 중소 가맹본부와 생계형 영세 소상공인으로 각종 비용 인상과 수익구조 악화, 소비 침체의 3중고 속에 코로나19 판데믹 당시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이들은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고는 하지만 경영애로가 극심한 상황에도 최저임금이 오히려 심리적 지지선인 1만원을 넘겼다는 사실은 업계에 큰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협회는 또 “내년 2026년도 최저임금 논의 시에는 음식점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많고 노동생선상이 낮은 업종들이 많은 것을 고려해 반드시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와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을 결정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편의점·카페·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12일 최저임금이 내년에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자 "9천원대와 1만원대는 체감온도가 다르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과 함께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최저시급이 8400원일때부터 주휴수당(시급의 약 20%)을 포함하면 실제 시급은 이미 1만원이었던 셈"이라며 "코로나19 때도 그렇고 정부는 최저임금을 절대 동결하거나 내리지 않고 올리기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실업급여도 `쑥` 오른다…올해를 제외한 최근 6년간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2024년 9860원(2.5%) 등이다.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최임위의 `2023년 주요 국가 최저임금제도` 등에 따른 관련 지표를 통해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독일은 2022년 1만7900원가량이다. 영국의 경우 23세 이상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2023년 생활임금이 1만8500원이다. 프랑스의 지난해 최저임금은 1만6800원 수준이다. 아시아권에서는 대만이 2023년 기준 7450원, 일본이 8300원 가량이다.내년도 최저시급이 오른만큼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실업급여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지급액·납입액도 소폭 상승한다. 현행법상 총 26개 법령에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한다.우선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지역고용촉진지원금 △고용촉진장려금 △출산전후 휴가급여 등이 최저임금에 연동된다. 고용보험법 제46조는 `구직급여일액`에 따라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에 연동되도록 규정했는데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로 인정하는 식이다. 조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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