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농약 테러 사건이 또 터졌다.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건이다.2018년 포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일어난 지 6년만다. 이 사건은 마을 내부 갈등 끝에 한 주민이 고등어탕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2016년 청송에선 `농약 소주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주민간 불화 끝에 소주에 농약을 넣었다.용의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음독해 숨졌다.2015년 상주시 공성면에서 발생한 농약사이다 사건은 무려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기도 했다. 마을 주민이 화투놀이를 하다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재판 결과로 확정됐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A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같은 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으로 최종 확정됐다.이번에는 오리고기 농약사건이다.농약 성분이 검출된 오리고기를 먹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봉화군 주민들은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17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초복을 맞아 봉화읍 내성4리 여성경로당 회원 41명이 한 음식점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다.식사를 마친 회원들 중 2명은 봉화군 노인복지관에서, 한 명은 경로당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또 다른 한 명은 당일 오후 인근 병원에서 치료 후 상태가 악화돼 이튿날 안동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은 모두 호흡 마비, 침 흘림, 근육 경직 등의 증세를 보였다.심정지 상태로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던 70대 여성은 응급처치 후 맥박과 호흡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는 상태다.현재 의식저하, 호흡마비 증세를 보여 3명이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병원에 입원 중인 주민 4명은 여성경로당 회장과 부회장, 회원 2명 등이다.이들은 다른 회원들보다 음식점에 늦게 도착하면서 자연스럽게 5인석 테이블에 동석해 함께 음식을 먹었다가 봉변을 당했다.같은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었던 나머지 1명은 아직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입원한 주민들 위세척액에서는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2가지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환자들의 의식이 없는 상태"라며 "약 조절 등을 통해 치료하고 있다"고 전했다.경찰도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경북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총 57명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특정을 위해 다각적으로 수사 중이지만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한 상태"라며 "현장 CCTV 분석,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사건 경위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10년간 `농약 테러` 4건 공통점 경북에서 2015년부터 최근 10년 간 농약이 들어 간 음식물이나 음료 사건이 총 4건 발생했다.사건은 △2015년 상주 농약 사이다 △2016년 청송 농약 소주 △2018년 포항 농약 고등어탕 △2024년 봉화 농약 오리고기 등이다.경북에서 발생한 첫번째 농약 음식물 사건은 2015년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이다.이 사건은 농약 음식물 사건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기도 하다.초복 다음날이었던 2015년 7월14일 오후 2시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7명 중 6명이 냉장고에 든 사이다를 나눠 마셨다가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범인은 당시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91·여)씨로 밝혀졌다.박씨는 화투 놀이를 하다가 다툰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마을회관 냉장고에 들어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박씨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국내 최고령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2016년에는 `농약 소주 사건`도 있었다.2016년 3월9일 오후 9시40분께 경북 청송군 현동면 한 마을회관에서 주민 2명이 농약이 든 소주를 마셨다. 결국 주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사건의 용의자 A(70대)씨는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와 마을 주민 간에는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포항에서는 2018년 4월21일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아침 식사로 준비한 고등어탕을 먼저 먹은 주민 1명이 구토 증상을 보였다. 고등어탕에는 저독성 농약 150㎖가량이 들어있었다.이 사건의 범인은 주민들과 갈등이 있던 B(60대)씨였다.앞선 3건의 사건 이후 6년만에 또 다시 봉화에서 `농약 오리고기` 사건이 발생했다.봉화군에서는 지난 15일 초복 오리고기를 먹고 식중독 의심 증세로 쓰러진 주민 4명의 몸 속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마을 주민 42명은 이날 초복을 맞아 한 식당에 모여 오리고기를 먹었다. 이중 병원에 입원 중인 주민 4명은 5인석에 앉아 오리고기를 먹은 주민들이다.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4명은 모두 60~7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중태이지만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사건의 공통점은 `음식물이나 음료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는 것과 `마을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장소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최근 발생한 봉화 농약 오리고기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의 사건에서 공통점은 `사건 발생이 범인과 마을주민들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봉화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 2개팀(15여명)이 봉화경찰서에 투입됐다.경찰은 `누군가 고의적으로 오리고기에 농약을 넣었을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용의자 특정에 집중하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주민 4명의 건강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용의자 특정을 위해 폐쇄회로(CC)TV 분석 및 주변인 탐문수사 등 다각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아직까지 용의자를 특정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전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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