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제2도시라는 깃발을 걸고 출항한 대구경북통합號가 침몰했다.대구경북통합號 출항 100일만이다.망망대해를 떠다니다 시군 권한과 청사문제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 앉았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소멸에 대응, 한반도 제2의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불과 석달 여 만에 분열과 갈등만 조장한채 물거품이 됐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5월 통합을 제안하고 이 지사가 맞장구를 치면서 탄력이 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지역의 조속한 행정통합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대구시가 되면 연방정부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야말로 급물살을 탔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정체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이철우 경북지사는 “행정통합은 완전자치를 위해 중앙권한 가져오는게 가장 큰 것”이라고 했다.이 지사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경북이 다 합의되고 있는데 청사 문제 때문에 행정통합이 안 되면 후손들에게 죄 짓는 것이다.청사 때문에 행정통합이 장기적 미제과제로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 했다.하지만 홍 시장은 경북도가 28일까지(대구시가 제시한) 최종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통합은 현실적으로 장기 과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그는 경북도가 28일까지 합의할 경우 오는 30일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무산시에는 장기과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반면 이철우 경북지사는 시군의 권한과 청사 문제를 9월말까지 결론 내자고 대구시에 제안했다.이 지사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통합의 원칙으로 "중앙정부 권한을 받아와서 광역정부와 기초정부 모두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시군이 특색 있게 성장해야 다양성이 확보되고 진정한 지방시대로 간다"며 "시군 권한을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홍준표 통합 무산 선언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7일 대구경북통합논의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홍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다. 최종 시한이 내일(28일)까지이지만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그간 통합을 지지해 주신 시·도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대구경북행정통합 협의는 그야말로 ‘한치 양보없는 대치’를 벌여왔다. 홍 시장은 "더 이상 통합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 게 대구경북의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그간 대구·경북 통합을 지지해주신 시·도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홍 시장은 "지난 3년간 끌어오던 지방행정 개혁이 생각이 서로 달라 무산된 것은 참 아쉽다"고도 했다.앞서 홍 시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오는 28일까지 대구시가 제시한 통합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이 지사는 현재 쟁점인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를 9월 말까지 결론 내자고 제안했다.그러나 이날 열린 경북도의회 제34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홍 시장에 대한 비판성 발언이 나오고 통합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라 나오면서 홍 시장이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두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대구시는 지난 14일 통합자치단체를 ‘대구경북특별시’로 명명한 자체 통합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양측이 통합안의 90% 이상을 합의했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경북 시·군의 권한 축소’와 ‘경북 권역 내 청사’ 문제다. 양 지역의 행정통합은 2019년에도 추진됐다가 공감대 형성 부족 등으로 2021년 중단된 바 있다.▣이철우 "여전히 중단없이 진행" 이철우 경북지사는 홍 시장의 발언에도 행정통합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는 이 지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 “행정통합은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로, 진행 과정에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난관이 있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저출생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국가 대개조 사업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를 만들어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행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행정통합은 다양한 분야가 서로 얽혀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진행 과정에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지금까지 제기돼온 문제보다 더 큰 난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협의하며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지고 했다.그동안 경북도는 민간과 행정이 함께하는 좀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행정통합의 추진과 실행을 위해 기존 실무추진단을 민관통합 협력 추진체계로 확대 개편한 ‘행정통합 민관합동추진단’을 구성했다. 경북도 행정통합 민관합동추진단은 행정통합추진단, 통합자문위원회, 통합연구지원단의 3대 조직구성을 바탕으로 통합 관련 업무와 시도민 공감대 형성 등 활동을 맡았다.이철우 지사는 “행정통합은 시도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국가지방행정체제의 근본 틀을 바꾸는 크고 어려운 역사적 과제다. 도민 한분의 목소리라도 더 듣고 통합의 내용과 통합 이후의 새로운 발전구상을 면밀히 준비하고 추진겠다”고 강조했다.▣이형식 도의원, 현재의 행정통합 반대경북도의회 이춘우 박규탁,김대진 대변인은 28일 도의회 기자실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있어 쟁점들은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거쳐 도민들이 원하는 합리적인 통합방안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날 경북도의회 이춘우,박규탁, 김대진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경북도의회 통합 논의 시작 후 집행부의 의견과 추진상황을 지속적으로 청취해오고 있다"며 "한결같이 도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집행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경북도의회는 홍준표 시장이 최근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와 페이스북 등 SNS 정치로 일방적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 발표로 오히려 시·도민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경북도의회는 통합청사와 관할구역 문제,기초지자체 자치권 약화,주민투표 등이 현재 대구와 경북이 합의되지 않은 부분인데 이 역시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이다.경북도의회 대변인은 "행정통합이라는 큰 아젠더를 광역단체장 한명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폐기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인 `절차와 협치`를 무시하는 것이다"며"행정통합의 과정과 진행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앞서 27일 열린 제349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일수 도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시도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순식간에 후딱 해치워 버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이형식 도의원도 한마디 했다.그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막고 인구소멸에 직면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대승적 차원의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도민과 도의회의 의견수렴 없이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짧은 시간 안에 속도전 하듯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행정통합에는 반대”라며 입장을 밝혔다.연일 대구시가 경북도와 합의되지 않은 청사, 시군 자치권 축소, 주민투표 및 공론화위원회, 28일로 못 박은 합의안 통합 시점 등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등 경북과 대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철우 도지사의 명확한 입장과 대응책을 촉구했다.이 도의원은 “도민의견 수렴을 통해 통합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투표를 실시, 도민의 의견이 통합과정에 주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행정통합이후 발생될 갈등 요소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통합이 진행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이 도의원은 경북도가 제시한 특별법안 272개 조문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그는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은 약 80건으로 통합 단체장 권한이 커지는 반면, 지방의회 관련 조문은 단 3개뿐”이라며, 지방의회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그는 “의회와 집행부 간 상호 견제기능이 균형을 이루려면 특별법안에 △의회의 자율적 예산안 편성권 △의회사무기구 정원 조직권에 대한 독립적 권한 △실질적인 인사청문회 실시 등을 명시하는 등 조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의회와 집행부간 건설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감사기능의 의회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법률안에 특별시장 소속으로 되어 있는 감사위원회의 의회 이관을 촉구했다.   김성용 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