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부터 70여 년에 걸쳐 진행된 ‘공산주의에 대한 역사적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이 확연히 입증됐다. 물론 민주주의도 완벽한 정치 제도는 아니지만,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 누구나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느 정치 체제도 제공하지 못하는 장점이다. 서방 선진국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고, 대한민국도 그러한 나라들 중의 하나다.쉽게 말해 정치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사회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운영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지적 수준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고, 지역적 특성이 다른 다양한 부류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의 공동 목표가 무엇인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한 구성원, 즉 국민의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기반으로 채택된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는 공론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며,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대국적인 자세와 인내심, 그리고 서로서로에 대한 이해 내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요망된다.그러나 민주주의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 요망되는 것들이 점차 사라지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한 세대 전만 해도 구하기 어려웠던 생활용품들이 대량 생산으로 싸게 공급돼 어느 가정에나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흔한 세상이 됐다. 게다가 신세대들은 저출산 현상으로 한 가정의 자녀가 한 명도 채 못 되는 상황에서 과보호를 받으며 자랐고, 앞으로의 세대들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고, 아침에 주문한 물건이 저녁때면 배달되는 세상에서 과보호 받으며 자라난 새로운 사회구성원들에게는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대국적 인내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해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민주주의를 지키고 유지해야 할 사회구성원들이 너무나도 ‘비민주주의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그렇지 않아도 오늘날의 국제사회는 전체주의 또는 독재주의 국가들에 의해 신(新)냉전 현상이 빚어지고, 여기에 더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신(新)파시즘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현상보다는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비민주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내적 현상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 문제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 근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유엔에 따르면 합계출생률(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2.2명 이하로 떨어지면 인구가 감소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합계출생률이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0.6명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나라가 소멸되지 않으려면 이 같은 초저출산 현상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한 가정이 두 자녀 이상 출산해 후손들이 원만한 사회생활과 공동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가정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초등학교 때부터 ‘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가!’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및 ‘사회 정의’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유지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현명한 정책과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