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 내부자들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총 15건에 이르는 DMI의 각종 비리를 신고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1월 대구경찰청으로 수사 의뢰 이첩했다. 하지만 이첩일로부터 근 1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수사는 답보 상태에 있다. 대구시 고위직 연루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폭로했다.용 의원은 “의원실에 제보된 자료에 따르면 비리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수사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고, 대구시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는 것은 경찰이 대구시 토착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DMI 비리 의혹에 대한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은 공공기관의 기계부품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법인이다. DMI의 독특한 점은 지방공기업이나 출자출연기관은 아니면서도 대구시장이 임명하는 경제부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아 연구원장에 대한 임면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장이 사실상의 지배권을 행사하면서도 정부나 대구시 의회의 감사에서는 면제를 받아 왔다. 때문에 용 의원은 "지배구조 상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연구개발 사업 관련 온갖 비리 횡행DMI 관계자가 용혜인 의원실에 제보한 DMI 비리 의혹에 따르면 연구개발 지원 공적자금을 원장을 포함한 연구기관 고위직들이 횡령한 다양한 방법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제보된 비리 의혹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1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것들이다.DMI 고위직 내부자가 연구개발 장비 구입처를 사전에 담합 지정하고 낙찰을 받게 한 뒤 금품을 수수, 원장과 고위 간부의 배우자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납품·용역을 제공하는 등의 다종다양한 의혹들이 있다. 이들 의혹들 중 일부는 지역 언론에도 이미 보도된 바 있다.제보된 DMI 내부 자료를 보면 DMI의 운영적립금 원금은 2022년말 기준 123억원에 이른다. DMI 관계자는 “정부나 대구시 연구용역 사업에서 참여율을 100% 초과한 것으로 꾸미거나 허위 연구원을 참여시키는 수법 등으로 인건비 예산을 편취, 축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산업기술혁신사업 연구개발비 사용용도 및 세부 산정기준’에 따르면,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인건비는 “참여연구자와 연구근접지원인력이 해당 연구개발과제에 실제 투입되는 비율 기준으로 산정한다.수행 중인 다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인건비계상률을 포함, 10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보된 연구개발사업 참여율표를 보면 원장의 운전기사, 시설수리담당자, 경영기획본부장 등의 비연구원 직원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한 것이 확인된다. 연구사업 종류별로 구분한 2020년과 2021년의 인건비 계상률 역시 110~130%까지 100% 초과한 월이 대부분이다.이렇게 공적 보조금이 들어가는 연구개발비 인건비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연구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운영적립금을 축적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고위 공무원 관련 비리 의혹대구시 고위 공무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도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된 이후 2022년 6월 경 DMI의 원래 계획에 없었던 연구용역이 불쑥 들어왔다. DMI가 원래 진행하던 연구개발 사업의 명칭은 ‘로봇산업 가치사슬 확장 및 상생 시스템 구축사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구 서비스로봇산업 육성전략 수립’이라는, 원래 수행하던 사업과는 이질적인, 용역비 1억 12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이 추가로 들어온 것이다. DMI 관계자는 “대구시 고위직이 경쟁입찰에 참여할 직원들까지 사전에 만나는 등 낙찰자를 사전에 지정한 불법 연구용역었다”고 밝혔다. 2022년 6월 DMI의 해당 용역에 대한 제안요청서는 “대구시 서비스로봇산업의 단계별 육성방안과 실행전략을 수립, 대선공약 `2030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 도시 도약」의 청사진으로 활용코자 함”이라 기재돼 있다. DMI 내부자는 “이는 이 연구용역에 따른 결과물이 DMI로 귀속되지 않고 대구시로 귀속된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DMI가 아니라 대구시가 발주해야 하는 연구용역 사업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보 자료를 보면, DMI가 해당 용역을 낙찰받은 업체에 보낸 이메일에 수신인 직원 2명이 해당 경쟁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의 직원으로도 활동했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메일 수신인 2명의 이름이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의 누리집에 직원으로도 등재돼있었다. 이는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가 실체상 동일 업체였다는 의혹을 강하게 시사한다. 다만 현재 해당 업체 누리집은 이들의 이름이 사라진 상태다.이상의 의혹을 요약하면 ‘홍준표 시장 당선 이후 대구시 고위 공직자가 DMI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 대구시가 수행할 연구용역 사업을 DMI가 수행하게 했고, 그것도 대구시 고위공무원이 사전 지정한 업체가 낙찰받도록 했다’는 것이다.또 다른 제보 자료는 퇴직을 1년 정도 앞둔 대구시 고위 공직자가 유관기관인 DMI에 취업한 뒤 자신의 인적 영향력을 이용해 DMI에 300억원 상당의 사업을 몰아주었다는 내용이다. 용혜인 의원은 “제보된 DMI 비리 의혹의 구체성와 신빙성 등을 종합하면 권익위 이첩일로부터 1년 가까이 검찰 송치 없이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 전현직 대구시 고위직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은 상황이 납득하기 힘들다. 경찰이 대구시의 유력한 토착 권력들 앞에 정상적인 수사 진행을 포기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뼈있는 말을했다.조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