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악성 미분양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악성 미분양마저 증가하고 있어서다.대구와 경북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24년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대구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1,384가구로 2024년 2만 4300가구보다 1만 2,916가구 줄어들 전망인데 2024년 입주 물량의 47% 수준이다.경북은 1만 2,477가구로 2024년 2만 3,322가구보다 1만 845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입주 물량의 53% 수준이다.2025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6만 4,425가구로 2024년 말 기준 36만 3,851가구보다 약 27%(9만 9,426가구) 줄어 2013년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644가구를 기록하며 4년 4개월만 최고치를 경신했다.11월 말 기준 미준양 주택은 총 6만5146가구로 전월 대비 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내 준공 후 미분양 가구도 523가구에서 603가구로 15.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준공 후에도 미분양 물량으로 남은 주택이 꾸준히 늘면서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건설업계가 부도·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에 달한다. 이중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종합건설사 394곳이 폐업신고를 하면서 1년 전보다 20.9% 급증했다. 부도로 이어진 건설사 역시 올 11월까지 27곳으로 집계됐다.건설경기는 악화일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0p(포인트) 하락한 66.9를 기록했다. 지난 5월(67.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건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밑돌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아지면 제때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현재 정상사업장에서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지방의 아파트 현장을 비롯한 각종 건설 현장이 줄고, 미분양이 쌓으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정부는 침체한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89년부터 30여년 간 고정돼 있던 일반관리비 상한 요율을 1~2% 상향 조정한다.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공사비를 최대 6.5% 높이고, 부동산 PF 보증을 40조원까지 확대하고, PF수수료 개편, 의무보증 수수료 할인 방안도 추진한다.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세제 완화와 양도세 면제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양도세 면제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미분양 물량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작년 청약 1순위 마감 45.5%…지난해 분양한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이 1순위 마감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도 서울에서는 대부분 1순위 청약에서 마감돼 대비를 보였다.지난달 31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2020~2024년 민간 분양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올해(12월 셋째 주 기준) 특별공급을 제외한 일반공급 11만5102가구 중 5만2403가구(45.5%)만 1순위에서 마감됐다. 1순위 마감은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겼다는 의미다.1순위 마감 비율은 5년 전인 2020년(76.3%)과 비교하면 30%포인트(p)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셈이다.연도별로 보면 2020년 일반공급 15만9789가구 중 76.3%(12만여 가구)가 1순위에서 모집을 마쳤다. 1순위 마감 비율은 2021년 75.0%에서 고금리와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2022년 50.6%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58.3%까지 반등했지만 올해 다시 절반을 밑돌았다.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1순위 마감률은 96.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에서 일반공급한 5261가구 중 `포제스 한강`과 `서울원 아이파크`의 일부 대형 타입과 `연신내 양우내안애 퍼스티지` 74A 타입을 제외하고는 모든 단지가 1순위에서 모집을 끝냈다.이어 경북(82.3%), 충북(73.0%), 제주(72.7%), 충남(58.4%), 대전(53.2%), 전북(51.8%)의 1순위 마감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최근 들어선 1군 건설사에서도 미달 사태가 나타나는 모습이다.대우건설이 11월 대구에서 공급한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와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역 푸르지오 에듀포레`는 각 0.03대 1과 0.52대 1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에 실패했다. 이달 경기 평택시 장안동에서 분양한 `브레인시티 푸르지오`도 6개 주택형 중 5개 타입이 1순위에서 미달됐다.11월 롯데건설이 울산에서 공급한 `번영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와 DL이엔씨의 `e편한세상 동인천 베어프런트`는 각 0.39대 1과 0.34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12월 부산 서구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송도 더퍼스트비치` 역시 189가구 모집에 53명만 1순위 청약을 했다.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석팀장은 "올해 청약시장은 강화된 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1순위 마감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 7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도 예정되어 있어 수요자들의 선별 청약 양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은행권 대출 빗장 풀릴까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조였던 대출 규제를 새해부터 완화한다. 지난해 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조절을 위해 문턱을 높였으나 해가 바뀌면서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새로 생기자 이를 낮추는 것이다. 다만 속도 조절과 투기 방지를 위해 일부 대출 조건은 유지한다.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상향하고 비대면 대출을 재개한다.KB국민은행은 2일부터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을 해제한다. MCI·MCG는 주담대를 받을 때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줄어든다.또 2억원으로 제한됐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주담대 거치식 상품(구입자금 1년 이내·생활안정자금 3년 이내)의 운영도 재개한다. 토지담보대출도 다시 취급한다.전세자금대출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한 대출한도를 해제하고 다른 은행 대환 용도의 전세대출 신규 취급 제한도 해제한다.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신용대출 연소득 범위 내 신규 취급 한도와 마이너스통장 최대 약정 한도 제한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신한은행은 2일부터 실행되는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에 대해 지난달 17일부터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비대면 가계대출도 가능해진다.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으며 플러스모기지론(MCI) 취급과 대출 모집인 접수를 재개했다.전세대출은 신규 분양 물건지(미등기) 취급을 재개하며 1주택 보유자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한 것도 해제한다.하나은행도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2일 신청 건부터 재개한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이번 달부터 실행되는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다.우리은행도 2일부터 주담대 MCI·MCG 가입 제한을 해제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최대한도는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변경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이나 당행이나 다른 은행 대환 목적의 경우 2억원 이상도 취급이 가능하다. 지난달 23일부터 비대면 주담대를 재개했다.전세대출은 유주택자의 수도권 소재 목적물 취급 제한을 해제하며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기도 가능하다.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푸는 것은 해가 바뀌면서 은행별 가계 대출 총량이 새로 설정돼 대출 여력이 생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조건을 강화한 바 있다.다만 새해에도 일부 규제는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가계부채 관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다수 은행이 주담대 빗장을 풀었지만 다주택자 주담대 규제는 지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예정됐던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판매 중단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황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