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을사년에는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
1545년 당파싸움으로 선비들이 떼죽음을 당했던 을사사화, 1605년 낙동강 대홍수, 1665년 경기지방 대흉년, 1905년 을사늑약 등이 을사년에 일어난 나쁜 일들이다. 2025년 을사년의 안보 전망도 밝지 않다. 멈추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복잡하게 전개되는 중동사태 등이 고스란히 2025년으로 이월될 전망인 데다 세계적 군비 경쟁, 불안정한 핵질서, 북핵, 러·북 군사 밀착,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등 대형 변수가 즐비하다.2025년은 한국과 한국군에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기를 무탈하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부동여산(不動如山)’ ‘망전필위(忘戰必危)’ ‘항재전장(恒在戰場)’ ‘호시우보(虎視牛步)’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해 보면 어떨까 싶다.글로벌 차원에선 올해도 미·중 경쟁을 중심으로 신냉전 진영 대결이 이어지겠으나 트럼프 재집권으로 진영·세분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하이브리드 안보질서가 부상할 수 있다. 즉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세력에 대항하는 서방의 결속 노력은 지속되겠지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위대한 미국 재건(MAGA)’을 앞세운 자국 이기주의 정책과 동맹국들에 안보비용 분담 및 공정무역 압박으로 서방 국가들이 각자도생 방식으로 대미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우크라이나에선 미국의 개입으로 종전협상이 열릴 개연성이 커졌지만 경계선 획정,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재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여부 등 민감한 사안이 쉽게 타결될지는 의문이다.6·25전쟁의 경우도 1951년 7월 10일 휴전회담이 개시된 이후 전쟁이 2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중동에서는 이란이 대리세력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가 자신들이 구축한 ‘저항의 축’이 무너지는 낭패를 당한 데 이어 이란·러시아가 지원해 온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마저 반군에 패배함으로써 ‘중동 패권’을 지향했던 이란의 꿈은 좌절됐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 친이스라엘 강경론자들이 대거 포진함에 따라 이스라엘은 더욱 확고해질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미래의 화근’까지 제거하는 군사작전을 당분간 계속할 것이다. 결국 중동에서 이란·러시아의 영향력은 퇴조하고, 미국·이스라엘·튀르키예 등이 그 공백을 메우고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미·중 패권 경쟁이 격렬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인도의 이탈(?)로 존재감이 희미해진 QUAD 대신 AUKUS 확대, 일본·필리핀과의 안보공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활성화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며 중·러·북은 그들 간에 존재하는 미묘한 신경전과 자존심 경쟁에도 불구하고 항미 공동전선을 유지할 것이어서 대만해협과 한반도는 여전히 신냉전의 다음 전장이 될 후보지로 남을 것이다.이렇듯 을사년에 한국이 맞닥뜨릴 안보정세는 만만치 않다. ‘전쟁이란 무조건 억제하고 봐야 하는 것’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를 유념한다면, 을사년이야말로 안으론 자강을 다지고 밖으론 동맹을 지키는 ‘고난도 몸부림’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을사년 동안에도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온갖 악조건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산’처럼 건재해야 하고, 국민은 ‘전쟁을 잊으면 위기가 온다’는 진리 앞에 합심해야 한다.군은 ‘늘 전장에 있다’는 정신으로 철벽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개개인은 호랑이의 눈으로 세상을 꿰뚫어 보되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 심정으로 자신이 할 바를 다해야 한다. 을사년 새 아침에 다 함께 ‘부동여산·망전필위·항재전장·호시우보’를 외쳐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