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마을회관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느린 걸음으로 도착한 마을회관 안에선 일찌감치 자리잡은 동네 할매할배들이 지역생활문화동호회의 신나는 트로트 장구 리듬에 맞춰 어깨춤을 추고 있다. 한바탕 신명을 올린 후 정적이 흐르고 팝콘과 음료를 손에 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편안하게 기대앉으면 주변이 어둑해지고 영화가 시작된다. 창을 암막 천으로 가린 덕분에 회관 안 분위기는 여느 영화관보다 진지하다. 영화를 본 것이 언제 적인지. 그 옛날 추억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어르신들은 영화 속으로 빨려든다. 2021년부터 영덕의 산간 오지까지 9개 읍면을 돌고 있는 영덕문화관광재단의‘찾아가는 마을극장 <희로애락>’이 올해도 참여 마을과 재능기부동호회를 모집한다. 작년‘찾아가는 마을극장’사업은 문화향유에 어려움이 있는 마을회관을 직접 방문해 영화를 상영하고 생활문화동호회 공연을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총 26회 진행하여 마을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상영한 영화는 최소 2년 전 개봉한 작품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비슷한 연령대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를 선정해왔다. 특히 <장수상회>, <비밥바룰라>,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대중영화뿐 아니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다큐영화도 상영해서 진한 감동을 나눴다. 또한 영화 상영 전에는 해파랑고고장구, 두레민요, 예주줌마난타 등 지역에서 활약하는 생활문화동호회가 재능기부 공연을 펼쳐 한바탕 흥을 돋구었다. 참여 마을과 생활문화동호회 모집은 3월 6일부터 시작되었고 현재도 신청은 열려있다.‘찾아가는 마을극장’을 유치하고 싶은 마을은 간단한 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csw@ydct.org)로 접수하거나 영덕문화관광재단(영덕읍 청품고, 영해면 예주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재)영덕복지재단, 한국돌봄협동조합 영덕지부에 제출하면 된다. 김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