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장소 4번 바꾼 청송군영덕 지품정수장 전소됐고 영덕정수장 전기도 끊겼다주민들 암흑 공포 덜덜덜···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하루아침 삶의 터전 빼앗겨산불 대재앙이다.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 의성 안평면에서 터진 산불은 안동 지나 청송·영양 넘어 영덕 마저 집어 삼켰다.피해를 입은 지역은 아비규환이다.강풍 타고 번진 ‘도깨비불’은 지옥 불로 변했다.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동·북부권을 덮쳤다.26일 현재 22명의 사망자가 발생,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경북도에 따르면 발생한 사망자는 안동시 3명, 청송군 3명, 영양군 6명(차량 전복사고를 당한 일가족 포함), 영덕군 9명(실버타운 입소자 일부 포함, 차량 폭발사고 등) 등 이다.반나절 사이 직선거리로 무려 50km 이상을 순식간에 동진했다.손 쓸 틈도 없이 빠르게 번진 산불로 인명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사망자들은 대피 과정에서 차량이 폭발하거나 전복돼 고립된 뒤 산불 지대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주거지 안팎에서 질식해 숨진 사망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영덕군은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군민 9명이 숨지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영덕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영덕읍 매정리 한 요양원 직원과 입소자 등 6명이 차를 타고 대피하던 중 화염으로 차가 폭발하면서 3명이 숨졌다.군은 영덕읍 매정1리에서 2명이 불에 타 숨지고 축산면에서도 1명이 매몰돼 숨졌다. 또 7번 국도에서 버스 1대와 승용차 2대가 탔다. 지품정수장이 전소됐고 영덕정수장의 전기도 끊겼다.영덕군은 산불 피해면적이 영덕읍, 지품면, 축산면, 영해읍 등 영덕군 면적의 27%에 달하는 2만ha로 추정했다.25일 오후 9시 6분부터는 영덕 전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다. 관공서는 26일 새벽 2시부터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25일 밤 10시 20분께부터 26일 새벽 2시까지 영덕 전 지역 통신도 두절됐다.현재 영덕군민 중 4345명이 학교나 행정복지센터 등에 대피한 상태다. 군은 장비 62대와 인력 1700여명을 투입해 불을 끄는 한편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마을은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일대 곳곳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경북도는 밤새 산불을 피해 청송군에서 1만여 명, 영덕과 안동 각각 4000여 명 등 7개 시군에서 2만 3000여 명이 대피한 것으로 추산했다.법무부는 산불 길목에 있던 청송 경북북부 제2교도소 수용자 500여 명을 밤사이 다른 지역의 교정기관으로 긴급 이감했다.산불로 신라 천년 고찰인 의성 고운사가 불에 탔다.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봉정사도 산불이 넘어오는 걸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2020년 동해안 5개 지역 산불(피해면적 2만3794ha), 2022년 울진 삼척 산불(1만 6302ha) 보다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피행렬` 7번 국도 아비규환의성에 터진 지옥불은 7번 국도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순간 최대 초속 20m 강풍을 탄 `괴물 산불`은 경북 북부권을 휩쓸었다.수 시간 동안 이어진 대피 명령과 정전, 통신 두절 사태에 7번 국도는 대피 행렬이 이어져 대혼란을 겪었다.남쪽을 향한 피난 행렬에 7번 국도는 한순간에 꽉 막혀버렸다.주민 A(영덕읍)씨는 "꽉 막힌 차량 사이로 불덩이가 비처럼 내려 자동차에 불이 붙었다"며 "운전자들이 불붙은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고, 아비규환이었다"라고 말했다.우왕좌왕하던 사이 동쪽 땅끝 고래산 마을 상원리와 도곡리 마을에까지 불이 붙자 일대 항구에는 이재민들이 쏟아져 나왔다.석리·축산·경정3리항 방파제로 몰려든 주민 104명은 짙은 해무와 연기에 고립돼 오도가도 못하던 끝에 울진해경에 구조됐다.오후 8시께 영덕경찰서 소속 순찰차는 지품면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일대 교통정리를 하러 출동했다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됐다.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3명과 주민 1명은 가까스로 순찰차에서 탈출했다.그러나 1시간 뒤 영덕읍 매정리 매정길에서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을 태우고 대피하던 차량에 산불이 붙어 차량이 폭발했다.차량에는 직원 2명과 입소자 4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이 중 입소자 3명이 사망했다.대혼란은 산불이 번진 모든 시·군에서 빗발쳤다.울진해양경찰서는 26일 산불로 항구나 방파제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울진해경은 이날 새벽 영덕 경정3리항 방파제 고립자 61명, 석리항 방파제 고립자 40명, 축산항 고립자 3명 등 모두 104명을 구조해 인근 대피시설로 이동시켰다.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60대) 씨는 "화염이 번지는데도 어느 방향이 안전하다거나 어느 방향이 위험하다는 안내가 없었다"라며 "그저 빨리 대피하라고만 하니 밖으로 나왔는데, 명확하고 적극적인 지시가 없어서 아쉬웠다"라고 말했다.같은 마을 주민 이모(60대) 씨는 "오후 3시께는 파천면으로 대피하라고 했다가 30분 뒤에는 또 안덕으로 가라고 하고, 오후 4∼5시께는 청송군민 전체가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하더라"라며 "급하게 안내 문자를 보냈던 거 같긴 한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긴급 문자를 받으니 오히려 마음이 불안하고 무서웠다"라고 말했다.그는 결국 마지막에는 관내 대형 리조트로 대피하라는 안내 지시를 받고 재이동했다.이날 청송에서는 차를 타고 대피하던 60대 여성이 산불에 타 숨졌다.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에는 대피 도중 도랑에 빠지거나 가드레일에 부딪힌 채 불에 탄 차량 수십 대를 줄지어 볼 수 있었다.영양에서는 대피 도중 일가족 등 6명이 숨졌다.안동 임하면에서는 집을 빠져나오던 70대 여성이 질식해 숨지는 등 2명이 대피 도중 숨졌다.▣`의성 지옥불` 영덕 모든 일상 멈췄다`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덮친 영덕군의 모든 일상을 멈추게 했다.전날부터 화마가 덮친 영덕군은 희뿌연 연기로 가득했다.26일 오전 포항시와 영덕군을 잇는 7번 국도에 차를 올리자 희뿌연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영덕군에 가까워질수록 연기는 더욱 짙어졌다. 운전석 앞의 시야도 잘 보이지 않았다. 차 창문 틈 사이로 나무 등이 불에 탄 냄새가 들어오기도 했다.전날 오후 9시6분부터 영덕 전 지역에 정전이 발생하면서 영덕정수장의 전기가 끊기기도 했다. 영덕 전 지역 통신도 끊겼다.군민들은 자식들과 친척 등과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피해 사실을 어디에도 전달하기 못했다.영덕군내 관공서는 새벽부터 끊겼던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7번 국도에서 화물차 1대와 버스 1대, 승용차 2대가 불에 탔고 지품정수장이 전소됐다.현재 영덕군민 중 4345명이 대피소 등에 대피한 상태다. 영덕군은 인력 1700여명과 장비 62대를 투입해 산불을 진압 중이다.영덕군민체육센터로 대피한 군민 150여명은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군민체육센터 안은 연기로 가득했다.이날 새벽 4시께 포항시와 영덕군을 잇는 7번 국도를 비롯해 영덕군 내 외곽도로에는 산불을 피해 내려 온 야생동물들도 보였다.산불을 피해 도로로 내려왔다 차에 치여 죽은(로드킬) 동물들의 사체도 눈에 띄었다. 영덕군 등에서는 죽은 동물 사체를 치우기도 했다.7번 국도는 산불을 피해 대피하는 군민 등으로 인해 역주행 등 혼란 그 자체였다.영덕군과 인접해 있는 포항시는 산불로 인한 지역 피해 방지를 위해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포항시는 산불 확산으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 우려가 있는 북구 죽장면·기북면·송라면 일대에 주민 대피 명령을 내려 현재 130여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다.시는 산불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진화대·산불감시원·자율방재단·공무원 등의 인력을 총동원해 적극적인 산불 예방 활동에 나섰다.불법 소각 행위가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 때 엄중 처벌한다.이강덕 포항시장은 "대응할 수 있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해 산불 피해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정수 기자 권윤동 기자 윤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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