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사망자 9명 최고늘어나는 산불 사망자피해 커진 큰 원인은? 고령자 신속 대피못해대피소 방향 아닌 곳 차 몰고가 변 당하기도산불 주민대피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사람마저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말 그대로 지옥불로 인한 아비규환이다.벌써 6일째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의성 산불의 피해 면적은 지금 현재로는 역대 2번째로 알려졌다.피해 면적은 3만 7000여 헥타르가 넘는다.26일 현재 산불로 경북에서는 22명이 숨졌다.사망자 수는 영덕이 9명으로 제일 많다.다음으로 영양 6명, 안동·청송 각 3명이다.대부분 노약자들이다.현장의 급박한 상황 때문에 피해 현황 파악이 더디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망·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대규모 사망원인을 급속도로 번지는 산불에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신속한 대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도 한몫 했다.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사망자 상당수가 대피를 못하거나 갑작스럽게 대피하다 차 안이나 도로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주민대피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미다.결국 재난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대피를 못하거나 긴급 대피 도중 차량이나 도로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점이다. 영덕에서 25일 오후 확인된 사망자 6명 중 3명은 1차 대피소까지 대피했으나, 이곳까지 불길이 다가오자 2차 대피를 하는 과정에서 차량폭발로 숨졌다. 이들은 거동하기 불편한 실버타운 입소자였다.같은 날 영양에서 확인된 사망자 3명도 발견 당시 대피를 위해 차량에 탑승한 상태였다. 안동에서 사망한 50대와 70대 여성 2명은 주택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주민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집에 머물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난당국의 신속한 대피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영덕에서는 26일 새벽 주민 104명이 산불을 피해 대피하던 중 항구와 방파제에 고립됐다가 울진해경에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산불이 이미 마을 인근에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긴급대피문자를 받은 주민들이 피난 도중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몇분 만에 장소를 변경하는 소동도 여러 곳에서 있었다.전문가들은 노인층을 중심으로 사망자 대부분을 차지한 이유로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 상당수가 고령층이 많은 농촌 지역인 점, 고령인 탓에 대피 문자를 받더라도 신속 대처가 불가능했던 점 등을 지적했다.산불 대피령이 적시에 내려지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근 도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당국은 사전에 순차적 대피보다 한꺼번에 대피령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피난 행렬이 길어지며 혼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경북도는 “바람 방향에 따라 불길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 태풍급 강풍에 불길 확산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른 것이 원인”이라고 해명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이번 산불이 시작된 것은 지난 21일부터이고, 경북 북동부지역을 덮친 의성산불도 22일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숙한 대처라는 것이다.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령층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몸이 약한 탓에 산불 연기로 인해 가시거리도 짧고, 대피 과정에서 넘어질 우려도 높다”며 “가뜩이나 순차적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고령층이 대응하기가 더욱 취약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방 측면에서 볼 때 위험성이 높은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대피하도록 방송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류상일 동의대 교수는 “강풍 등 재난대응이 어려운 악조건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지 못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실대응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산불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뼈있는 조언을 했다.도는 그동안 12시간 사전예보제, 1마을 1대피소 신규 지정·운영 등이 골자인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을 홍보해왔다.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이번 전국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산림피해면적은 1만7534㏊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주택과 공장 창고 사찰 등 건물 207동이 불탔다. 이 가운데는 국가지정 보물인 의성 고운사 등 국가유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교정시설인 경북북부제2교도소 재소자 500여명을 긴급 이송하는 일도 있었다.이재민도 대거 발생했다. 26일 오전 9시 기준 중대본이 파악한 이재민은 2만7079명이다. 이 가운데 1073명만 귀가했을 뿐, 2만6006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주거시설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김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