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산불 주무 관청 산림청` 대응 한계가 있다소방청 이관 절대 필요···부족한 대형 헬기 재정비경남 산청·하동 뺀 대부분 산불 진화 완료했지만피해 역대 최대…"산림청→소방청 주무관청 이관"`고령층` 진화 인력 문제도…"훈련받은 소방 투입"담수 담을 대형 헬기를…"지상 진화장비 확충도"기존의 산불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경북 대형 산불 사태에서 `컨트롤타워`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탓이다.전문가들은 산불 주무 관청인 `산림청`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소방청`으로 이관하고, 고령화된 산불 진화 대원과 부족한 대형 헬기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30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의성에서 시작해 인근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확산한 산불은 지난 28일 대부분 진화가 완료된 상태다. 산불이 발생한 지 149시간 만이다.다만 전날 오후 6시 기준 경남 산청·하동 산불은 아직 진화가 진행 중이며, 진화율은 99%다. 정부는 주말까지 진화 자원과 인력을 지속 투입해 전 지역의 잔불 진화와 함께 재발화 방지에 총력을 다한다.이번 산불로 인해 산림, 시설은 물론 인명 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한 데다 해마다 비슷한 대형 산불이 반복되면서 더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전날 오후 8시 기준 인명 피해는 총 7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이다.산불영향구역은 4만8238.61㏊로 축구장(1ha) 4만8238개, 여의도 면적(290ha) 166배에 달하는 규모다. 산불로 불에 탄 시설은 5098곳으로, 경북 지역 피해가 4998곳으로 가장 많았다. 인명, 산림, 시설 피해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다.전문가들은 이렇게 산불 피해가 커진 이유와 관련해 `컨트롤타워` 문제를 대표적으로 꼽는다.현재 산불 예방·진화 등 대응은 주무 관청인 산림청이 맡고 있다. 산림청이 총괄 지휘하고, 소방청은 이를 지원한다. 하지만 불에 대한 이해나 대처는 소방청과 비교했을 때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과연 산림청에 산불 지휘를 맡겨도 되는가 하는 컨트롤타워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산불이 나면 현장 접근성을 높여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그는 "특히 산불은 작전 지역이 굉장히 광범위해 불에 대한 이해나 특성, 확산 속도 등을 고려해 지휘를 해야 하는데, 산림청은 이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불의 전문가인 소방청으로 역할을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소방청 전신인 소방방재청이 2004년 신설될 당시 산불 대응을 소방방재청이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왔다. 하지만 결국 산림청이 맡게 됐고, 산불 업무에 대한 논란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짝 거론되다 흐지부지됐다.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도 "이번 산불은 완전히 정예화된 대원들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며 "지금의 산불 대응 체계로는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 산불 대응을 소방청이 맡는 등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무엇보다 가뭄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산불이 갈수록 대형화,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맞게 대응 체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진화 전문 인력도 마찬가지다.현재 산림청 소속인 산불 진화대 1만여명 중 대부분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지자체가 `공공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모집한 기간제·일용직 근로자로, 높은 고지까지 올라가 산불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황 소장은 "산불 진화대원들이 고령화 되다 보니 초기 대응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훈련을 잘 받은 소방 대원들이 투입돼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경남 산청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가 숨진 산불 진화대원 3명도 모두 60대였다.이번 산불 사태에선 대형 헬기 등 장비 부족 문제도 거론됐다.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전체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 8000ℓ 이상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32대는 5000ℓ 미만 중형, 11대는 1000ℓ 미만 소형이다. 소형 헬기로는 산불을 잡기 쉽지 않은 만큼 대형 헬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채 교수는 "산불은 헬기가 없으면 진화가 굉장히 어렵다. 지상과 서로 연계해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며 "하지만 소형 헬기를 중심으로 진화하다 보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종도 20~30년으로 노후화된 상태"라고 밝혔다.다만 대형 헬기 도입이 산불 진화에 만능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황 소장은 "물론 대형 헬기가 있으면 좋지만 예산이 너무 많이 들고, 2022년 울진 산불 때도 전국에 있는 헬기 동원에도 불을 끄지 못했다"며 "(산불특수진화차 등) 지상 진화 장비를 확충해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날 "급변하는 기후에 따른 대형 산불에 대비해 정부의 대응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모든 유관 기관은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했다.조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