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회사의 책임 인정돼야
계명대학교 간호대학 명예교수 박경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처음 담배회사 3곳(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지 어느새 11년이 지났다. 법원은 1심에서 공단 청구를 기각하였고(’20.11월), 공단은 법원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였다. 현재 소송당사자간 치열한 법리 공방 속에 항소심은 막바지에 접어들며, 법원의 판단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흡연자인 개인의 문제를 넘어 비흡연자를 포함한 국민건강 피해와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 및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공단의 소송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직접흡연으로 인한 연간(‘19년 기준) 사망자가 58,036명(매일 159명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며, 궐련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24년) 보고서에 의하면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이면서 20갑년(하루 담배 1갑씩 20년간 피운 경우) 이상 흡연자의 소세포폐암 발생은 97.5%가 흡연 때문이다. 공단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지불되는 건강보험 진료비는 한 해 약 3조8000억 원(‘23년 기준)에 이르며, 최근 5년간 평균 4.6% 증가하고 있고, 질병관리청은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2조 2천억 원(‘19년 기준)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담배판매로 연간 수조원의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담배회사는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에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공단은 흡연의 폐해와 관련된 담배회사의 책임 규명 및 흡연관련 질환으로 인한 보험급여비 지급으로 발생하는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하여 담배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담배회사의 책임을 묻는 이유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존재하고, 그 피해가 담배라는 제품으로 인하여 발생되었고, 담배회사들은 해당 제품을 제조‧수입‧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1심 소송과정에서 담배회사는 그간 담배 제조과정에서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설계를 채택하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담배 위험성(특히 중독성)에 대한 경고도 충분치 않았으며, 오히려 저니코틴‧저타르 단어를 사용하여 해롭지 않은 제품으로 인식되게 하는 등 소비자를 기망하여 위험을 증가시켜왔다고 주장했다. 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항소심 제11차 변론(’25.1.15) 소송당사자로 변론에 직접 참여하여 “담배가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과학적‧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어 있고 설령,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해도 담배는 충분한 기여인자로 질병의 발생과 악화를 촉진하기에 담배회사가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담배소송과 관련해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46개 주 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배상합의 판결을 이끌어 냈고, 캐나다에서는 흡연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수년간의 충분한 역학적‧의학적 근거 위에서 각 개인의 사례가 더해진 것으로, 의료 선진국 반열에 든 우리나라도 해외 소송판결처럼 뒤늦게나마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소송 과정에서 담배회사 측은 흡연의 시작과 금연은 개인의 자유의지로 충분히 선택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니코틴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중독성 물질이다. 담배회사들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만드는 담배의 중독성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 폐암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으면서 죽어가는 환자도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이유는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공단의 담배소송은 우리나라가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담배회사의 법적인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키고,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금연 확산 등 건강한 사회를 향한 제도적‧정책적 개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소송은 국민 건강과 복지를 위한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소송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건강권 보호를 위한 공단의 정의로운 싸움에 국민 모두의 응원이 절실하다. 공단은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쟁점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 의견 및 공신력 있는 연구자료 확보로 법리를 보강함으로써, 담배회사에 사회적 책임을 묻고 흡연폐해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담배소송의 결과에 주목할 것이며, 법원이 과학적‧의학적 근거에 입각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계명대학교 간호대학 명예교수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