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5·KB금융그룹)가 2013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세계랭킹 1위 등을 휩쓸며 `골프여제`로 등극했다.
박인비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총상금 200만달러·우승 상금 7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5위에 올랐다.
이로써 박인비는 이번 시즌 총상금 245만6619달러를 획득하며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229만6106달러)과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193만8868달러)를 따돌리고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앞서 박인비는 지난 18일 한국인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박인비는 23일 시상식에서 "내 이름을 위대한 여자 골퍼의 반열에 올려놓게 돼 더 없이 영광"이라며 "특히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수상한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는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같이 LPGA에 등장했다. 당시 박인비는 만 20살이 채 안되는 나이(19년11개월6일)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박세리(20년9개월)의 종전 기록을 10개월 가까이 앞당긴 기록이다. 2008년 박인비는 톱10에 총 6번 진입하며 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2번째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박인비는 처음 우승하고 약 4년 후인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야 개인통산 2번째 우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긴 침묵 끝에 박인비는 같은 해 10월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통산 3승째를 달성해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박인비는 2012년 2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석권하기도 했다.
시즉 막판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박인비는 2013년 큰 기대속에 출발했다. 그리고 박인비는 기대에 걸맞게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박인비는 전반기에만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등 총 6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이는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지난 2001년과 2002년 기록했던 5승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특히 메이저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LPGA 투어에서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달성한 뒤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박인비는 4월 열렸던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6월에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전설의 반열에 올라섰다. LPGA에서 한 시즌 3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박인비를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하다.
박인비는 지난 4월 세계랭킹 1위로 등극했다. 이후 박인비는 지난 11월18일 발표된 랭킹까지 32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박인비는 신지애(25·미래에셋·25주 연속)가 보유하던 한국인 최장 세계랭킹 1위 기록도 갈아 치웠다.
6월까지 총 6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한 박인비에게 경쟁자는 없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 박인비는 부진에 빠졌고 경쟁자들과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페테르센, 루이스 등의 도전을 뿌리치고 결국 최고의 자리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박인비는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LPGA와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이 자리에 있는 동안을 즐길 것이다. 얼마나 오래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즐기겠다"고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기뻤다"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 할 수 있다면 매년 그런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나는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다"며 "내년에 더 많은 압박감이 있을 것이지만 익숙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비시즌 동안 한국에서 휴식을 취한 뒤 호주에서 동계훈련을 진행하며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박인비가 다음 시즌 어떤 플레이로 `골프 여제`의 자리를 지켜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