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목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다. 의원들은 스스로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부르곤 한다. 4년후 자신이 여의도에서 출퇴근 할지 장담하기 힘들어서란다. 여야간 크고작은 대치로 여의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런 치열한 전투는 정당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개별 의원들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격전이 벌어지곤 한다.바로 `000 의원`이라는 존재감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있다 보니 눈에 띄지 않을 경우 의원인지 잘 모르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이 지상과제인 의원들로선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오늘도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저격수`로 나를 알린다여야간 대결구도 속에서 `전투력`을 발휘해 싸움꾼 면모를 과시하는 의원들이 있다. 바로 상대진영의 특정인을 공격하는 이른바 `저격수`다.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13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안 의원의 노원구 토크콘서트 행사를 문제 삼으며 "정치인을 가장한 이상한 행위를 화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이 뿐만이 아니다. 안 의원이 신당창당 등 정치세력화 기자회견 전후로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임용시 허위 경력 기재 등 `안철수 5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안 의원의 싱크탱크이자 신당 창당의 근간이 될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자문·기획위원 및 실행위원 총 595명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당적만 바꾼 정치인들이 대다수"라며 "새정치를 모토로 한 신당 실행위원들이 새로운 인물보다 철새정치인이 다수"라고 지적했다.`종북 저격수`란 별명은 얻은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올해 들어 통합진보당을 들이받고 민주당을 꾸짖으며 자신을 알리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정부를 남쪽정부라 하고 애국가와 태극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북성향 의원"이라며 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공격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기간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발언해 야권의 강한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같은당 의원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다소 변형된 저격수도 등장했다.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다. 조 최고위원은 문재인 의원이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히자 "대선 타령이 웬 말이냐"고 즉각 맞받아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 최고위원의 문 의원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문 의원이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고 맹비난하는가 하면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향해 "나라를 어지럽혔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소신발언·쓴소리도 존재감 부각 도구로소신발언과 쓴소리도 자신을 알리는데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알려야 하는 국회의원이기에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하는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에 잇따른 쓴소리로 존재감을 살리고 있다. 이 의원은 정국대치 상황에 대해 "야당 뭐 하면 만날 반대하고 싸우고 국정원이나 검찰이 뭐 내놓으면 그것 만날 옹호하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그것 감싸기 바쁘다"며 "국민들이 (여야) 똑같이 피곤하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바른말을 통해 정치적 무게감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최근 일사일정을 거부한 지도부에게 "여론도 수렴하지 않고 강행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몰아붙이는 등 당내에서 큰 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문재인 저격수`뿐만 아니라 `지도부 저격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당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깨뜨리는 일을 해서야 되겠냐", "이석기 의원 사태와 관련해 우리당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등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리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진 의원은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여야 의원들은 커밍아웃 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 최고위원을 향해 "최고위원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또 문재인 의원의 당대표 출마설에 대해선 "부적절하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당론이 확정되자 "지역에서 검증이 안 된 후보가 난립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별명도 존재감 알리는데 `효자` 자신의 이름 석자 못지 않게 별명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별명이 더 널리 알려져 정치인의 브랜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별명은 `어당팔`이다. `어수룩해 보이지만 당수(정치력)가 팔 단`이란 뜻이다. 온화한 정치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알고 보면 몇 수를 내다보는 정치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대통령 제조기`, `협상의 명수` 등의 별명을 갖고 있다.별명은 다선 의원들이 많이 가지는 경향이 많다. 초선들보다 정치판에서 활동한 시간들이 많은 탓이다. 19대 국회 최다선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MJ`라는 영문자 이니셜로 불리고 있다. 6선의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9차례 탈당과 입당을 반복해 `철새`라는 꼬리표를 한때 달고 다녔지만 선거에서 많이 이긴 덕분에 이제는 `피닉제`(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와 이인제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통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특유의 보스 기질로 이름보다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용어로 더 많이 회자된다.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5선의 문희상 의원은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로 불린다. `겉은 장비, 속은 조조`다. 우락부락한 외모에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때문이다.5선인 정세균 의원은 항상 웃고 있다고 해서 `미스터 스마일`, 3선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는 호칭으로 유명하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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