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고령경찰서 생활안전계
우리나라에서 ‘왕따’,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최근들어 집단 따돌림 현상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피해 당사자의 자살, 가해학생의 구속, 피해학생의 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나 학생들 대다수가 학교생활에서 가장 바라는 것이 ‘왕따 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대다수의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집단 따돌림은 소위 왕따라고 불리는 특정 학생이 주변의 힘센 다수의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상해를 당하는 병리적 현상을 말한다. 즉, 괴롭힘이 한 번의 공격행동이기보다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지칭한다.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고 약자에 대한 강력한 공격이 가해지는 경우이며 이는 서로 같이 놀릴 수 있거나 피해자가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집단 따돌림은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사회적, 신체적 힘이 우월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가해자 혼자서 대처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래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따돌림 현상은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할 때 몇 가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집요함이다. 따돌림의 가해학생들이 끈질기게 피해학생을 괴롭히고 소외시킴으로써 결국에는 자살에 이르도록 만들 정도로 매우 강한 집요함을 보인다는 점이며
둘째는 따돌림의 형태나 수법, 그리고 괴롭히는 언행의 내용이 매우 음습하게 이루어지고, 점차 집단화의 정도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따돌림이 학생들 간에 집단적으로 그리고 은밀히 이루어져 교사가 쉽게 눈치 채지 못하게 된다.
셋째는 가해학생들이 별 죄의식 없이 따돌림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따돌림에 동조하고 개입하는 것을 그저 한 번쯤 할 수 있는 장난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넷째는 전혀 저항할 힘이 없는 장애아나 지체부자유아를 대상으로 할 정도로 따돌림의 정도가 매우 잔인하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실태조사결과 분석을 보면 2012년보다 2013년이 학교폭력피해,가해 응답률이 크게 감소하였다. 강제적심부름과 금품갈취 등 쉽게 드러나는 유형의 폭력이 크게 감소하였으나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 괴롭힘 등은 조직화 되고 은밀해지기 쉬운 유형의 폭력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를 했다. 특히 쉬는 시간, 청소 시간 동안의 화장실은 교사의 지도 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으로, 따돌림이 많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간혹 수업 시간 중에도 따돌림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피해학생이 책을 읽거나 발표를 할 때 피해학생에게 야유나 조롱을 보내고 비웃는 행동을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 외에 체육 수업과 같이 운동장을 활용하는 수업 중이나 피해학생이 등교때나 하교할 때에는 더 노골적인 괴롭힘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돌림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초기 대응, 지속적인 관심 및 전문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피해자나 가해자의 부모, 담임교사 및 학교당국, 상담전문가 및 의료인이 적절한 역할을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 하나의 따돌림(왕따)은 분명히 없어져야할 학교폭력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