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46)은 ‘미인도’를 통해 어린 시절 기억 속 어머니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통적인 동양화 화법에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화면이다. 자신의 작품을 보편화한 미술 양식으로 규정하면,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인물이 주소재인 내 작업 양식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작업의 형태는 어떤 형식으로든 나 자신을 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미적 의미를 내포하는지를 객관화시키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화가의 감성(사유)이 정형화, 규정화의 길로 접어드는 것, 그것이 개념화(관념화)로 치달으려 할 때 더욱 불필요한 고민이 깊어진다는 분명치 않은 믿음” 때문이다. 이씨는 ‘미인도’를 통해 단절된 사회 속의 여성상을 보여준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감상하는 여성은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자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의 모습이다.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이 사회의 여성들이다. 요즘 작업의 화두는 ‘소통’이다. “소통을 중심으로 변화된 작업의 형식이나 관심은 타자에 대한 인식의 확대에 있다. 주체는 타자의 그늘일 뿐”이라며 “그것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게 되는 동인이 타자성, 사회, 작게는 가까운 주변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원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이씨의 작업에서 미인은 객관에 호소하는 ‘아름다움’이라는 허상의 탈을 벗어 던진다. 더는 타자를 향해 ‘나는 아름답다’는 갈망을 호소하지 않는다. 치유될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리기를 거부한다. 그림 속 여성은 그동안 소원했던 세상과 만나듯 호화로운 상점의 진열대 주변이나 어느 도시의 한가운데 또는 주변의 골목 여기저기에 서 있다.  이씨는 “사람들은 누구나 살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 양태를 확인하려는 끝없는 열망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래서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이 참모습일 거라는 믿음과 허상일 뿐이라는 착각의 경계를 소요한다. 이것이 내 작업 과정과 태도의 현재”라고 말한다. 그림 속 자화상은 “나와 내 안의 타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낮설은 나를 타자를 통해 바라본다”며 “늘 빠져 있고 결핍의 덩어리로 존재하는 욕망의 주변을 맴도는 나의 자화상”이라고 소개했다. 화가의 그림 주제인 미인은 ‘소외’ ‘고독’ ‘결핍’과 같은 상실의 정서에서 비롯됐다. 젊고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나 부러움, 시샘을 빌미로 꾸며진 가상의 공간이다.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대화가 소통이라 믿는 불편한 믿음, 초현실도 아닌 비현실의 허상 공간을 비행하는 의미 없는 단어, 허구의 의미들이 결국 채워지지 않는 소외감과 상실감으로 남겨져 있다. 혹 ‘실체의 나’를 감추고 최첨단 사진 기술의 미화된 이미지로 포장, 위선으로 무장한 SNS에서 ‘가짜인 나’는 가상의 판타지 세계를 떠돌며 결핍된 욕구를 채우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씨의 작업에는 이런 그의 모습이 주제 형식으로 등장한다. 가느다란 모필의 먹 선으로 구획된 인물 형상의 내부를 한국의 전통 채색으로 채우는 표현 방식이 조선 시대의 미인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미인은 지금의 공간에서 현대의 테크놀로지 문명의 이기를 아낌없이 즐기고 있다.  14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 ‘미인도’ 기획전을 통해 대중과 소통을 시도한다. 출품작은 25점이다.(사진설명=‘미인2-평양미인 계월향의 재해석’ (65×162㎝, 자연지에 백묘, 채색, 2013)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