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고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얼마전 계모가 소풍가기전날 허락 안받고 용돈 2천원을 쓴데 화가 나서 생니와 갈비뼈16개를 부러뜨리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울산의 한 학대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로서 며칠간 이 사건을 보면서 잠도 못자고 슬퍼야한 했다. 한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건수는 총 1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총 1만1천여건으로 이 중에서 6천여건이 아동학대로 판정됐다. 무엇보다도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제일 급선무다.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체벌과 학대를 구별하지 못한다. 기관이 개입할 때도 남의 집 일에 신경 쓰지 말라는 반응이 많은데 학대는 분명한 범죄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한 배경엔 그동안 이뤄진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했다. 아동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최고형량은 최고 5년이고, 학대중에 아동이 사망해도 ‘학대치사’나 ‘상해치사’로 낮은 형량을 받곤 했다. 영국 빅토리아 클림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들이 종신형에 처해진 것과는 사뭇 비교가 된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시작된 학대받는 아동들의 구출작전은 그야말로 불모지 상태였다. 가정 내에서의 문제로만 치부되었던 그야말로 어색했던 단어 `아동학대`. 경찰, 교사, 공무원, 시민 등을 대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부각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며 처절한 몸부림으로 일해 왔던 결과 불과 17개였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50개 기관으로 늘었고 업무진행에 대한 프로세스와 제도도 현격하게 발전하여 체계화되었으며, 많은 기관들이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식이 확산되어 아동의 권리 보호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정 내에서 그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하고 은밀하게 학대를 받는 아동들이 많이 있다. 학대받는 아동들은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서만 발견되고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나 불편이 있진 않을까 하며 학대를 외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니면 그 아이는 계속 상처와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신고를 한 이웃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신고를 한다고 해서 신고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어쩌면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오해로 신고에 너무 인색한 것 같아 아쉽다. 혹시나 아동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며 행한 신고라는 행동 하나가 한 아동을 죽음의 늪에서 꺼낼 수가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다시 아동학대로 대물림되고, 상처받던 이가 상처 주는 이로 바뀌며 가정해체가 숱하게 반복되는 현실의 과제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의 역할은 무얼까? 그것은 작은 관심과 노력만이 아이들을 보호 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