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꾸준히 무대에 오른 뮤지컬에는 이유가 있다. 이번이 7번째 공연인 `영웅`은 묵직함을 특기할 만하다. 본래 화려한 장르인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엄숙함을 자랑한다. 도마 안중근(1879~1910)을 무대에 부활시키며 애국심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므로 어쩌면 당연하다.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한 뒤 감옥에 갇힌 뒤에도 동양평화를 고민하는 안중근의 모습은 울림을 안긴다.  창작뮤지컬에서 드물게 귀에 감도는 넘버도 인상적이다. 특히 1막의 마지막과 2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웅`과 `그날을 기약하며` 등 점잖으면서 웅장한 넘버는 무게감을 더한다. 소재와 주제 자체로 인해 배우들의 몸짓과 동선, 안무는 절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묻어난다. 대한민국 의병이 일본 순사에게 쫓길 때의 역동적이면서 긴박한 안무가 특히 그렇다.초연 당시부터 주목 받은 영화 같은 연출은 여전하다. 이토가 기차를 타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기차 세트 앞에 투명 가림막을 내리고 그 위에 휘날리는 눈발과 자작나무가 뒤로 물러나는 영상을 접목한다. 움직이는 영상배경으로 실제로 의병과 순사들이 달리는 것 같은 장면도 주목할 만하다. `영웅`은 이렇게 이미 완성된 작품을 큰 수정 없이 조직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배우다. 가수 JK김동욱(38)이 안중근 역을 맡았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궁녀로 게이샤 정보요원으로 위장, 독립군을 도운 가상의 인물 `설희`는 듀오 `다비치` 멤버 이해리(29)가 연기한다. 묵직한 저음과 듬직한 이미지의 JK김동욱은 한창 결기에 찬 안중근의 모습을 뿜어낸다. 그러나 대사의 불안정한 처리와 솔 창법은 아직 낯설다. 공연 초반 건강이 좋지 않던 이해리는 이를 감안해도 어색한 구석이 많다. 특히 발음과 억양이 너무 딱딱한데, 뮤지컬배우의 그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모차르트 오페라 락`과 `천국의 눈물` 같은 뮤지컬에서 보여준 뛰어난 가창력에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 봄직하다. 공연장도 뮤지컬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다. 그간 LG아트센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에 오른 `영웅`은 이번에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주로 오페라, 무용을 선보이는 공연장으로 뮤지컬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영웅`의 무게감을 감안할 때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다. `영웅`은 앞서 공연한 2012년 티켓값을 최고가를 포함, 전석 5만원 이하로 책정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뮤지컬 최고값이 13만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였다. 문제는 정부지원금 5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지원을 받지 않는 뮤지컬회사를 배려하지 않은, 독불장군식 행동이라는 비판과 거품을 제거하고자 하는 자구책이라는 찬성이 팽팽하게 맞섰다. `영웅`의 연출자인 윤호진(66)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이번에 정부의 지원이 없음에도 최고가를 7만원으로 책정했다. 여전히 다른 뮤지컬에 비해 싸다. 비싼 티켓값에도 스타캐스팅으로 관객이 몰리는 작금의 상황에서 `영웅`의 실험은 이번 무대를 통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개막 당시 인터파크 티켓의 뮤지컬 부문 예매 순위 10위권을 상회하는 정도였는데, 주말 들어 상위권을 다투기에 이르렀다. 올해 창작뮤지컬 기대작 중 하나로 윤 연출이 지휘하는 `보이첵`(10월9일~11월8일 LG아트센터)도 이러한 방향의 연장선상이다. 이 역시 최고 티켓값이 1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영웅`은 2월16일까지 볼 수 있다. 뮤지컬배우 김승대(33), 강태을(33)이 JK김동욱과 함께 안중근을 번갈아 연기한다. 설희 역에는 이해리와 함께 뮤지컬배우 오진영이 더블캐스팅됐다. (사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 프레스콜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JK김동욱과 출연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독립투사 안중근과 대한 독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영웅`은 내달 1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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