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즈음에` (김열규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시계로 재는 시간이야 가든 말든, 마음으로 재는 시간은 요지부동이다. 꼼짝달싹 않는다. 돌부처 같다. 삶은 필경 시간과의 겨루기란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간절하게 다가든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이백사십 시간만 같다. 옴짝달싹 않는 시간의 웅덩이에 빠져들고 만 것 같다.” 평생 인간을 중심에 둔 한국학의 거장인 김열규(1932~2013) 전 서강대 명예교수의 유고집이 ‘아흔 즈음에’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난 김열규는 광복과 전쟁, 분단과 근대화를 거치며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꿰뚫었다. 평생 독서와 집필에 몰두, 70권이 넘는 저서를 남긴 문장가이자 저술가다.  그가 생의 마지막까지 거르고 거른 삶의 주제들을 들려준다. 시간과 고독, 죽음과 고통, 배움과 노동, 사랑과 자연, 자아와 이웃을 아우른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생의 궁극적인 주제들을 골라내고, 자신이 쌓아온 인문 정신과 철학, 체화된 경험들을 통해 이들을 하나씩 찬찬히 짚어본 에세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유작이 되면서 그 울림과 여운이 더하다. 지난해 4월, 집필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던 그는 아흔을 앞둔 심리적 강건함을 내용 곳곳에 담아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혈액암 발병으로 같은 해 10월 세상을 떠나면서 유고가 됐다.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도, 영면에 들기 전날까지도 이 책의 원고를 쓰고 다듬었다.  아흔의 나이에도 마음에 남아 반짝이는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을 되찾아 들려주며 김열규는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감사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피력한다. 가족과 이웃,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따뜻하게 말을 건넨다.  “인생 아흔, 마치고 끝내고 하는 나이를 말할 처지가 되다니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런 기운을 살려 이 한 권의 책이야말로 나이 든 사람들 누구나의 인생살이에 유종의 미를 꽃피우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뿐만 아니라 한창 젊은이들에게는 유종의 미가 마련되도록 그들 삶이 가꾸어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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