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예술은 작품으로 승패를 봐야 해요."지난 2일 국립국악원의 수장이 된 김해숙(60) 신임 국립국악원장이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국악원의 2014년을 소개했다. 시작은 자기반성이다. "광복 이후 우리 역사와 사회, 문화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에 비해 국악계는 천천히 움직여온 부분이 있습니다. 국악원도 연주, 교육, 연구 쪽에서 많은 일을 해왔지만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국악전공자, 비국악전공자를 포괄하는 자문위원단을 둬 국악원을 향한 손가락질을 달게 받겠다는 각오다.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국악원의 개선할 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2월부터 구체적으로 자문위원단을 꾸려 자성을 거듭할 생각입니다."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를 국악계의 오랜 숙제로 봤다. `탈예술화` `서양화` `국수주의`를 경계하면서 묵은 숙제를 해나갈 생각이다.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이런 말들이 구호처럼 맴돌았습니다. 아직도 유효한 문제기도 하고 국악이 작품으로써 국민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국립국악원이 헤쳐나가야 할 주안점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2014년 국립국악원이 그리는 그림의 방점은 `고품격 공연`에 찍었다. "연말에 악·가·무가 종합된 총체예술극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는 정말 `김해숙표` 성과물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작품이 일말의 예술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국악원 수장으로 있을 수 있겠나 하는 각오입니다. 흥행과 관계없이 우리의 작품으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요." 12월 17~2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오를 `김해숙표` 총체예술극은 전통소리를 극에 담아내는 신규 브랜드 공연이다.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민속악단·창작악단을 비롯해 지방 국악원 단원 등이 참여해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중대형 규모로 10년 이상 장기공연이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국악에 등을 돌린 대중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전통예술 콘텐츠 자체가 부실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사회 문화 분위기, 매스컴의 주목도, 소통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서구 문화의 특성을 조심스럽게 녹여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이질감 없는,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대표 레퍼토리 공연뿐 아니다. 김 원장은 기계적으로 반복했던 공연들의 횟수를 줄이는 대신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악원이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외부 사람에게는 여전히 낯선 면이 있습니다. 공연 횟수보다는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국악원은 전통예술이 가진 깊은 예술을 표현하는 쪽으로 공연 방향을 바꿔 질 높은 공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김 원장은 서울대 음대 국악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음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과 서울시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국립국악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론과 현장경험 모두를 겸비했다는 평이다. 임기는 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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